시론 2018.5.21.
惹鬧
북미 대화를 조율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으로 가는 장면을 보면서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온다. 약소국의 대통령이 짊어지고 가야 할 운명 같은 것이 느껴진 탓일까?
미국의 매파들은 연일 북한을 틀어쥐려고 험한 말들을 쏟아낸다. 마치 기회를 잡은 악타에온의 사냥개들처럼 침을 흘리며 사납게 짖어댄다. 거기에 밀리지 않기 위해 북한도 나름의 전술을 펼치는 형국인데 이 와중에 죽어나는 것은 남한의 입장이고 대통령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 이 상황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온 탓도 크다. 이 정부 이전, 지난 10년 동안 정치 권력자들은 미국의 눈치를 빌미 삼아 저들의 욕망을 채우는 것에 권력을 이용했다. 그 사이에 남북은 얼음처럼 얼었고 신뢰를 잃고 말았다.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행사에 우리 기자들은 아직 초대도 못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북한은 남한을 미국의 하수인 정도로 밖에 보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하기야 한미 연합훈련(무슨 번개~훈련)을 하면서 전략 핵 폭격기 B-52를 전개하겠다는 미국의 강요에 그저 그러겠노라고 이야기하는 이 나라 국방장관을 보고 있자니 대국에 눈치를 보던 조선조의 대신들과 다르지 않고 좀 더 심하게는 조선말 나라를 팔아넘긴 매국노들이 겹쳐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국제정세와는 상관없이 오늘 국회의원들은 제 식구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버렸다. 동업자 의식인가? 아니면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그 체포 동의안은 이 나라 청년들의 고통의 원천인 취업비리를 저지른 국회의원들의 체포 동의안이었다. 불체포특권을 철저히 이용하는 국회의원들도 한 없이 밉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무력함도 정말 싫다.
드루킹인가 뭔가 하는 놈이 야료를 부리고 그 야료에 몇몇 현재의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되어 특검을 하는 모양이다. 현재로서는 대통령의 정통성을 훼손할 만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나라 정치구조에서 충분히 일어나고 남음이 있는 사건이라고 본다. 이 특검을 빌미로 야당 총무가 배를 까고 단식을 하며 정치적 야료를 부린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여름이 다가오니 이래 저래 세월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