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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y 27. 2018

우주의 순행?

장자 제 17 편 천운 1장

5월 하순의 낮 시간, 희뿌연 연무가 하루 종일 대기를 감싸고 있다. 14층 밑에서 올라오는 농기구 엔진 소리와 멀리 면민체육대회 마이크 소리, 아이들 웃음소리..... 


남북은 어제, 서로를 확인했고 미국의 트럼프는 아마도 뻘쭘해졌을 것이다. 국제 외교의 관례니 하는 이야기도 이제는 구 시대의 유물이 된 듯하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그 어디쯤 우리가 서 있다. 


그리고 이런 소용돌이 조차도 우주의 순행 속에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2300년 전 중국에 살았던 장자도 내내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도대체 이 우주의 순행은 무엇에서 비롯되었고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에 대해 참으로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는 이러한 궁금증을 『장자』 제 14편 천운에서 스스로 묻고 또 스스로 대답하는데 그 대답의 본질은 매우 모호하다. 


천운 1 장은 우주의 운행 질서를 이렇게 묻고 답한다.  

“하늘은 움직이는가? 땅은 멈추어 있는가? 해와 달은 자리를 다투는가? 혹 그 누군가 이 일을 주재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 천지 일월에 질서를 부여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 스스로 無爲의 일에 머물러 있으면서 천지 일월을 밀어서 움직이는 것인가? 혹 기계에 묶여서 그만두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저절로 굴러가기 때문에 스스로 그치지 못하는 것인가?  

구름이 저절로 내려 비가 되는 것인가? 비가 스스로 올라가 구름이 되는 것인가? 혹은 누군가 이 雲雨의 순환을 맡아서 처리하며 누군가 無爲의 일에 머물러 造化의 淫樂에 빠진 채 이것을 권하는 것인가? 바람은 북방에서 일어나 한 번은 서쪽으로 불고 한 번은 동쪽으로 불며 또 높이 올라가 이리저리 방황하는데, 누군가 이 바람을 호흡하며 누군가 無爲의 일에 머물러 이 바람을 부채질하는 것인가? 감히 묻노니 이것이 무슨 까닭인가? “ 

巫咸이 告하여 말하였다. “이리 오라. 내 그대에게 일러 주겠노라. 천지자연의 세계에는 여섯 개의 근원적인 법칙(六極-육극)과 다섯 개의 불변의 법칙(五常-오상)이 있다. 제왕이 六極五常의 道를 따르면 천하가 잘 다스려지고 이 道를 어기면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제왕이〉 九疇洛書(구주 낙서 – 줄임 말 구락)의 일을 평화롭게 잘 다스리고 덕을 갖추어 아래 세상을 비추면 천하가 떠받들 것이니 이것을 일러 최고의 제왕(上皇-상황)이라 한다.” 

巫咸(무함)은 매우 유명한 무당 이름이다. 비슷한 역할의 이름이 『장자』 제 7편 應帝王(응제왕) 제5장에 鄭나라의 神巫인 季咸(계함)에서도 보인다. 이 巫咸은 고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무당이다.  


육극이란 이 세계를 차례대로 정렬하는 상하 동서남북의 여섯 개의 공간적 기준인 방위를 의미하는데 다른 설명도 있다. 이를테면 일찍 죽음, 병, 걱정, 가난, 악함, 약함의 여섯 가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오상이란 육극과 마찬가지로 세계 운행의 질서로서 이 세계를 형성하는 목화토금수의 다섯 개의 原素를 의미한다.  


장자는 여기까지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원리를 알아내지는 못하였던 모양이다. 하기야 지금, 2300년 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이 절대의 원리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없다. 하물며 2300년 전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구주 낙서 九洛(구락)은 九疇(구주)와 洛書(락서)의 줄임 말로 九疇는 전국시대 말기 이후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書經(서경) 洪範(홍범)편의 九疇로, 九疇는 아홉 개의 정치 규범이라는 뜻이다. 즉 五行‧五事‧八政‧五紀‧皇極‧三德‧稽疑‧庶徵‧五福六極(오행‧오사‧팔정‧오기‧황극‧삼덕‧계의‧서징‧오복륙극)이 구주이다. 여기서 疇㈜란 경계 혹은 범위를 뜻하는 말이다. 또 洛書(낙서)는 周易(주역) 繫辭上傳(계사 상전)에 나오는 말로서 “河水(하수)에서 도판이 나오고 洛水(락수)에서 글이 나왔는데 성인이 이것을 본받았다(河出圖 洛出書 聖人則之).”라고 할 때의 그 洛書(락서)이다. 비유로서 이해하면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를 나타낸 말이다. 


사실 지금도 우주 운행의 질서를 정확하게 이야기하기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2300년 전 장자 역시 이런 문제에 봉착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것이 이런 종류의 이야기였을 지도 모른다. 구주란 말 그대로 그때까지 있었던 천지 운행의 질서를 이야기함이요, 락서는 역시 그 당시 근본 규범으로 받아들여졌던 특별한 기록물로서 세상의 운행 질서라고 이해되는 것들이었을 것이다.  


장자의 고민이나 2300년 후 지금의 고민이나 별 반 차이가 없고 역시 2300년 전 지식이나 지금의 지식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밤하늘에 별은 그 때나 지금이나 반짝일 것이고 5월 하순, 희뿌연 날도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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