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법원
과연 박근혜 정부의 부패는 끝이 어디인가? 그 권력의 주변부에서 그들의 주구 노릇을 했던 이 나라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비리가 드디어 민 낯을 드러냈다. 지금 우리는 법치국가의 마지막 보루인 대법원과 그 최고책임자인 대법원장의 부패를 보면서, 그동안 우리 삶에 드리워진 검은 권력, 그리고 그 부패한 권력을 신성한 법의 이름으로 옹위했던 추악한 실체를 본다.
나치시대의 독일이 그러했고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그러했듯이 법은 권력에 굴복하기 쉽다. 정확하게는 법이 아니라 법 해석의 권한을 가진 이들이 권력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저지른 천인공노할 만행은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나라 사법부의 오랜 관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승만으로부터 박정희를 거치며 권력에 개가 된 그들이 지난 정부라고 예외였겠는가?
법은 사실 평등하지도 않고 완벽하지도 않다. 법을 해석하는 자들의 자의와 권력의 입김이 불완전한 법을 더 불완전하게 한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사회에 내 동댕이쳐진 저 KTX 승무원들을 어찌할 것인가? 양승태를 구속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온갖 불편한 권위와 오만함 그리고 독선으로 가득 찬 대한민국 사법부를 개조하여야 한다.
2. 한국은행
1986년부터 약 1년 동안 나는 한국은행 직원이었다. 국내 경제 파트의 시중은행 업무를 담당한 부서에서 1년 정도 일하면서 느낀 것은 견고한 관료제의 피곤함이었다. 국내 경제의 중요한 금융정책에 필요한 기초 자료와 대책을 입안하는 말단 직원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권한의 범위는 거의 없고 그저 필요한 일을 필요한 시기에 완수해내야 하는 기계적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가끔씩 지시한 방향과 다른 자의적 해석을 내놓을라치면 어김없이 나의 자격조건과 우리 업무부서의 입장을 강조하는 것으로 나의 의견은 무시되었는데 나를 비롯한 신입직원들의 입장은 거의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늘 아침 뉴스에 한국은행의 통계 부풀리기도 나는 이런 관행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행 내에는 수많은 수재들이 근무한다. 그들이 이런 통계의 오류를 몰랐을 리 없다. 다만 권력의 압력에 따라 일부 통계와 수치를 부풀렸을 것이고 그것은 어김없이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변질되어 국민을 기만하는 데 사용되었을 것이다.(특히 서비스 수지 개선은 매우 민감한 정책의 바탕이 된 통계였다.) 각 부서의 입장은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조정 불가능이다. 그들에게는 스스로에 대한 자존심과 부서 이기주의 그리고 권력에 대한 끝없는 갈구만 있을 뿐, 국민의 삶과 그 바탕이 되는 금융정책의 입안자로서의 신성한 의무감은 거의 없다.
조직적으로 그리고 밀실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세력은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점점 공룡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위 사진은 썩은 나무 둥지에 기생하는 일광대 버섯이다. 독버섯은 매우 약하지만 빠르고 쉽게 자라며 조건만 형성되면 언제든 자라는 무서운 존재다. 암시하는 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