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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n 13. 2018

쓸쓸하여라!

비 온 뒤 여린 가지에 맺힌 물방울!


 蕭蕭!(쓸쓸하여라!) 


滴懸僅僅乎 (적현근근호) 물방울 겨우 매달려 있으니,  

心愁凄增悲 (심수처증비)*마음 처량하여 슬픔은 더해지누나. 

風伯忽微動 (풍백홀미동) 바람 한 줄기 일렁이면, 

乃落無痕盡 (내락무흔진) 이윽고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 터인데. 


2018년 6월 12일. 오전에 부음을 듣다. 전임 학교에 지난 2015년부터 학교지킴이로 봉직하시면서 참으로 자애로운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꽃과 나무를 정성으로 가꾸시던 어른께서 영면에 드셨다는 비보를 받았다. 사는 것이 비 온 뒤 나무에 매달린 물방울 같은 것이라 휙 바람 불거나 햇빛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지만 그래도 오고 가는 것이 이리도 무상하다 말인가! 


* 屈原의 작품 遠遊(원유: 아득한 세계에 노님) 중 한 구절을 용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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