紅那里(홍나리)*
穹蒼遠想顯 (궁창원상현) 하늘은 생각보다 멀고
寂靜深暗影 (적정심암영) 고요는 그림자만큼 깊어라.
華開無聲譨 (화개무성누) 꽃 피어 소리 없이 속살거리지만,
消息恒無如 (소식항무여)*피고 지는 것 뜻대로 되리오.
2018년 6월 18일 오전, 나리꽃이 흐드러진 풍경을 보다. 한자어가 없어 假借(가차)하여 那里라고 부른다. 꽃은 피어 소란스럽지만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속살거림이다. 여름이 이렇게 오고 있다.
* 消息(소식): 『장자』 추수 편에 등장한다. 북해의 신이 若(약)이 소멸과 생성의 원리(消息)에 대해 황하의 신 河伯(하백)에게 설명하면서 사용하는 말이다.
* 無如(무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부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역시 『장자』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