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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n 30. 2018

雨日所懷

雨日所懷(우일소회)


霖中綠竹曲 (림중녹죽곡) 장마에 푸른 대 휘어지니,

微凝稍抑玄 (미응초억현) 가는 물방울, 마음까지 지그시 누르네.

不測不度本 (불측부도본) 알 수 없는 바탕이여.  

今何企何捐 (금하기하연)*이제 무엇을 도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


2018년 6월 28일 점심시간, 교정 한 편에 있는 가는 대나무 위로 장맛비가 내린다. 빗물에 가는 대나무 휘어지고 그것을 보는 나도 왠지 알 수 없는 압박을 느낀다. 마음의 모습은 참으로 알 수 없다. 젊었을 때는 50대가 되면,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50대도 이미 중턱을 넘었는데, 여전히 무엇을 그대로 두고 또 무엇을 버려야 할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점점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참으로 낭패다. 이제 돌아갈 길도 없는데 말이다. 이틀이 지난 뒤(6.30) 드디어 글을 완성하다.   


* 장자 제 18 편 지락(至樂) 첫 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天下 有至樂 無有哉 有可以活身者 無有哉 今 奚爲奚據 奚避奚處 奚就奚去 奚樂奚惡(천하 유지락 무유재 유가이활신자 무유재 금 해위해거 해피해처 해취해거 해락해오) 천하에 지극한 즐거움이 있는가? 또는 없는가? 내 몸을 편안히 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또는 없는가? 이제 무엇을 하고 무엇을 그만두고, 무엇을 피하고 무엇에 머물며,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리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해야 하는가? 결구는 압운에 맞춰 글자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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