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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Sep 06. 2016

Sémiramis construisant..,1861.

안회의 고민

Sémiramis construisant Babylone, 1861. Oil on canvas, 151cmⅹ258cm

신화의 창조적 해석, Edgar Degas의 

Sémiramis construisant Babylone(바빌론을 건설하는 세미라미스 여왕) 1861


어린 시절의 심리적 상처는 치유되기 어렵다. 특히 부모로부터 받은 심리적 상처는 그 사람의 일생을 지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Edgar Degas(에드가 드가)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외도와 불륜에 상처를 받아 여성 혐오에 가까운 태도로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일생을 보내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의 근세 화가들 중 어린 시절부터 화가의 길을 걷기 위해 미술 수업을 받은 사람은 대단히 찾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아마 이 시기까지도 여전히 화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특히 신분이 높을수록)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더불어 이 인식은 비교적 넓은 계층에 뿌리 깊었던 모양이다. 드가 역시 처음에는 루이 르 그랑 중등학교를 졸업하고 파리 대학 법학부에 들어갔으나 학업을 포기하고 화가의 길로 들어선다. 


이 그림, 바빌론을 건설하는 Sémiramis construisant Babylone (바빌론을 건설하는 세미라미스 여왕 1861)은 바빌론(정확하게는 앗 시리아)의 여왕 Sémiramis(세미라미스)가 세계 7 대 불가사의로 불리는 ‘바빌론 공중정원’의 건설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이 그림의 주인공인 세미라미스 여왕은 신화와 현실이 겹쳐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반인 반수(半人 半獸)의 여신 Derceto(데르게토), 혹은 Atargatis (아타르 가티스)의 딸이다. 


어릴 때부터 아름답고 영리했던 그녀는 당시 앗시리아의 재상 온네스의 아내가 된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왕(니노스 왕)을사로잡았고 왕이 왕비로 삼겠다고 온네스를 급박하자 겁에 질린 온네스는 자살하고 만다. 왕비가 된 후 니노스왕이 죽자 여왕으로 군림하며, 메소포타미아와 이란 등지에 대대적인 건설공사를 벌였는데, 이 그림은 그러한 대 토목공사 중 유프라테스 강을 끌어들여 만든 바빌론 축성 장면으로서 신화와 현실이 공존하는 이야기가 드가에 의해 회화로 묘사되었다.


이 그림은 드가가 받은 다양한 회화적 영향을 보여주는데, Jean Auguste Dominique Ingres(앵그르)와 EugèneDelacroix(들라크루아)의 간접적인 영향과, 역사화가이자 상징주의 화가였던 친구 Gustave Moreau(모로)의 영향이 이 그림 속에 녹아 있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은, 드가가 1856년 이탈리아 중부의 아레쪼(Arezzo) 여행 당시 그 지역 출신의 중세 화가 Piero della Francesca(프란체스코 1415-1492)가 San Francesco 성당에 프레스코화로 그린 ‘전설의 만남’(Storie della Vera Croce) 연작 중 솔로몬과 시바의 만남을 보고 크게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자 이야기


안회의 고민


『논어』에 이르기를,

子謂顔淵曰用之則行(자위안연왈용지칙행) :공자께서 안연에게 이르기를, “우리를 등용하면 행하고 舍之則藏(사지즉장) : 버리고 등용하지 않으면 재주를 간직할 이는 惟我與爾有是夫(아여이유시부) : 나와 네가 있을 뿐이다.” [논어 제 7, 술이(第 七  述而) 10]


이렇게 공자의 믿음을 한 몸에 받았던 안회가 '장자'의 <인간세>에서 “의원의 집에는 병자가 많은 법”이라는 스승의 말씀에 따라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한다.(즉 문제가 있는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의원처럼 치료법을 제시하고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 병자가 많은 곳은 왕이 제 멋대로 나라를 다스리고 있는 위나라이며, 자신은 그런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처방을 가지고 있는 의원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승낙할 줄 알았던 공자는 안회의 계획을 일언지하에 묵살해 버린다. 그리고 이렇게 불쑥 이야기한다.


“그곳에 가면 너는 결국 죽게 될 것이다.” 


 『논어』에서 안회에게 보인 공자의 믿음과 확신은 장자 <인간세>에서 죽음이라는 절대적 상황 앞에 무참히 무너지고 있다. 장자는 왜 이렇게 말하는 공자를 등장시켰을까? 그 희미한 답은 '장자'속에서 공자가 섭공 자고에게 한 말을 들어 보자. 


“세상에는 지켜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운명이고 하나는 의리이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것은 운명으로 마음에서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신하가 군주를 섬기는 것은 의리로 어디에도 왕이 없는 곳은 없다. 피할 수 없는 이 두 가지가 세상에서 크게 지켜야 할 것이다.”


장자가 보기에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반드시 관계에 연루되고 만다. 대표적인 예로 자신을 태어나게 한 부모와 태어난 나라의 백성이 되는 것을 말함이다. 이 관계는 곧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나랏일에 등용되면 그 관계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개인과 국가와 관계에서 국가의 의지가 개입하는 순간, 개인의 상황은 타고난 본래의 덕을 훼손시켜 재앙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논어』를 읽고 그 뜻에 매우 능통했을 것임이 너무나 분명한 장자의 입장에서 공자의 주장은 위험천만한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공자처럼 혹은 안회처럼 살고자 하거나 살았던 이들이 수없이 죽음에 이르는 것을 목도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아마 공자가 살아서 이런 세상을 보았다면 분명 안회를 만류했을 것인데 그 만류하는 까닭을 스스로 밝히고자 했을 것이다. 

다시 공자와 안회의 대화로 돌아가자. 공자는 안회에게 위나라로 가서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다.


“안으로는 곧지만 겉으로는 굽히며 말을 할 때엔 옛사람의 가르침에 의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안회는 이 말을 부연하기를 “안으로 곧은 것은 하늘과 동료가 되는 것, 겉으로 굽히는 것은 사람들과 동료가 되는 것이며, 말을 할 때옛 사람과 동료가 된다.”라고 했다. 즉, 겉으로는 부드러우나 안으로는 강직하고 자신의 생각과 판단보다는 선인의 판단을 따르려는 태도를 가짐으로써 험한 위나라의 군주에게 자신의 덕을 베풀고자 한다는 이야기다. 


인간세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장자는 이 안회의 태도를 몹시 비웃고 있다. 장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뭐 적당히 시류에 따라 움직이는” 마치 시정잡배처럼 사는 것이 안회의 방식이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장자의 통찰이 보인다. 그 통찰에서 비롯된 장자의 말은 지금 이 시대에도 거의 유효해 보인다. 즉, 자신은 곧은데 세상이 나를 굽으라고 한다면서 자신보다 먼저 살았던 이들의 행적에 슬그머니 기대어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나 생각을 감추고자 하는 일이 다반사 이지 않은가!  


장자 인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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