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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l 13. 2018

視日暮

2018.7.12. 일몰

視日暮 


儵忽善渾沌 (숙홀선혼돈)*숙과 홀이 혼돈을 대접하였더니, 

將對中帝化 (장대중제화) 문득 왕은 죽음을 맞이했네. 

悲慟乘暗雲 (비통승암운) 슬픈 울음은 검은 구름이 되고, 

晩悔上染丹 (만회상염단) 늦은 후회는 하늘을 붉게 물들였네. 

依依乎悵然 (의의호창연) 아름답지만 쓸쓸하여라! 

往來不能事 (왕래불능사) 오고 감은 어찌 할 수 없는 일, 

有責此人爲 (유책차인위) 오로지 인위의 잘못, 

血盛同昏華 (혈성동혼화) 붉게 빛나면서 찬란히 스러지는구나. 


2018년 7월 12일 일몰풍경. 조금씩 붉게 빛나면서 서쪽 하늘을 덮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천지를 덮는다. 하루를 보내거나 혹은 하루를 견뎌내는 우리는 자연이 베풀어 준 위대한 풍경에 위로 받는다. 지극한 무위의 세계다. 


* 장자 응제왕 마지막 부분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남해의 임금은 儵(숙), 북해의 임금은 忽(홀)이고 중앙의 임금은 渾沌(혼돈)이다. 숙과 홀이 때때로 혼돈의 땅에서 함께 만났는데, 혼돈이 그들을 매우 잘 대접하였더니, 숙과 홀이 혼돈의 은덕에 보답하려고 함께 상의하여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데, 이 혼돈만은 (그 구멍이)없으니, 시험 삼아 구멍을 뚫어줍시다.” 


하고는 하루에 한 구멍씩 뚫었더니 칠일 만에 혼돈이 죽고 말았다. 


장자는 어설픈 인위야 말로 삶에서 가장 큰 위험요소임을 혼돈의 죽음으로 극대화한다. 그 이야기에 기대어 시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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