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몇 개의 생각.

by 김준식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백련

1. 무료함


일상의 공간 속에 가끔씩 찾아드는 이 알 수 없는 변종의 기괴한 감각은 우리에게 제법 익숙하다가도 동시에 늘 낯설다. 바닥에서부터 그 상한선까지 그리고 감각의 기저로부터 기억의 정점까지 이르는 우리의 통찰과 그로부터 비롯된 각종의 논리는 이것, 즉 무료함에 의해 단 번에 무너지고 만다. 동시에 3차원의 공간지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글자 그대로 어떤 것에도 의식을 기울이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병렬적 감각의 타래들이 몇 개의 수직의 끈으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인간의 감정에서 단순함이란 때로 미덕일 수 있다. 단순함은 무료함을 죽이는 좋은 약인데, 그 약은 늘 무료함을 퇴치하는 처방전에는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복잡한 공리적 망상이 무료함을 이기는 것이라 여기며 이것저것에 의식을 기울이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무료함은 짙어지고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만다.


2. 자유


직선의 모습이 자유롭지 않다고 하는 편견을 오래 유지하다 보니 이제는 직선의 이미지가 자유스럽지 않은 것처럼 굳어져 버렸다. 자유로운 직선이란 모순처럼 받아들여지거나 혹은 그렇게 느껴진다. 곡선과 자유의 이미지를 교묘하게 이어놓은 음모의 저의를 알 수는 없지만 바름, 곧음, 간단함, 명료함, 예리함 등이 자유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믿게 하는 데는 성공한 듯싶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앞의 단어들은 자유의 반대에 속하는 말이 아니라 완전한 자유 속에서 가능한 것들이다. 이를테면 명료함은 혼란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이며, 예리함은 둔감함으로부터 자유로움이다. 또 바름은 비뚤어짐으로부터, 곧음은 굽거나 휜 것으로부터 그리고 간담함은 복잡함으로부터 완벽한 자유가 아닐까?


3. 방하착, 착득거


‘방하(放下)’는 내려놓다. 또는 놓아버린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착(着)은 명령형인 ‘방하’를 강조하기 위한 어조사이다. 그래서 ‘방하착’이란 본래 공한 이치를 알지 못하고 온갖 것들에 집착하는 것을 놓아버리라는 말이다. 특히 무아(無我)의 이치를 알지 못하고, ‘나(我)’, ‘내 것’에 매달려 이를 붙잡으려는 어리석은 아집(我執)을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하(下)라는 것은 ‘아래’라는 의미이지만 모든 존재의 가장 깊은 곳, 그 아래에 있는 뿌리와도 같은 우리의 불성, 한마음, 본래면목, 주인공, ‘참 나’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방하착’이란 일체 모든 매달림, 걸림, 집착을 내려놓고 내 안의 ‘참 나’의 자리로 돌아가라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 당나라 시대 ‘무자 화두(無字話頭)’와 ‘뜰 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 등 많은 화두를 창출한 趙州從諗(조주 종심, 778~897)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착득거’ 역시 같은 논리에서 나온 말이다. 일부러 놓아야겠다는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즉 들고 있는 것이 있다면 계속 들고 있으라는 말이다.


4. ‘The Sword of Damocles’

최근 밝혀진 대법원장의 범죄와 정치적 군인(기무사)들의 범죄를 보면서....

Damocles-WestallPC20080120-8842A (1).jpg Richard Westall(1765~1836) Sword of Damocles, 1812, oil painting on canvas. 130 × 103

‘신변의 위협’ 정도로 풀이되는데 그 말속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B.C. 4세기경 지금의 이탈리아 남부의 섬 시칠리아에 ‘시라쿠사’라는 참주 도시가 있다. 이곳을 다스리는 참주(왕)는 디오니시우스 2세였다. 신하 중에 다모클레스라는 이름의 아첨꾼이 있었는데 틈만 있으면 아부를 하지만 사실은 왕의 자리를 늘 넘보면서 동경하는 사람이었다. 왕도 어렴풋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느 날 다시 몹시 아부를 하고 왕의 자리를 너무나 동경하는 듯 한 눈빛을 보이자 왕은 다모클레스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왕좌에 앉아 보겠느냐?’ 다모클레스는 주저하다가 왕이 재차 권하자 못 이기는 척하고 왕좌에 앉았다. 그러자 왕이 위를 보라고 말했다. 왕좌의 위에는 날카롭게 날이 선 거대한 검이 왕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는데 왕의 자리에 앉기 전까지 다모클레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검이었다. 왕이 말했다. ‘지금도 왕좌가 좋으냐?’ 다모클레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아니라고 말하며 왕좌에서 내려왔다. ‘왕좌는 언제나 위험하고 불안하며 조심스러운 자리이다.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자만이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다.’ 왕은 자조적으로 말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우화다. 그러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력에 있는 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다. 비록 그들의 머리 위에 날카로운 검이 지금은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그 검은 거기에 있고 언제나 권력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권력을 쥐고 무소불위의 짜릿함을 누리려는 권력자들이여! 그대들의 머리 위에는 언제나 그대들의 목숨을 노리는 날카롭고 거대한 검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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