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8.26.

by 김준식

비가 많이 내린다.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이 비를 뚫고 직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아주 미량의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는 이 미량의 즐거움은 국가공무원으로서 보장된 휴일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그러한 휴일과 직장이 보장되지 못하는 이 땅의 여러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이 참으로 마주하기 싫은 현실일 것이다. 하여 출근한 것처럼 일과를 컴퓨터 앞에서 시작한다.


1. 오류와 진리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은 현재 완벽한 오류다. 하지만 당시는 뛰어난 천재의 절대 논리였다. 그 진리가 오류로 밝혀지는 과정은 멀고도 험했다. 진리로부터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하기 위해서는 늘 냉철한 검증을 기초로 한다. 하지만 그러한 검증조차도 시대상황과 맞닿아 있다. 그러니 한 시대의 오류를 그 시대에서 발견하고 수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2018년 대한민국의 교육제도, 그중에서 대입제도만을 놓고 본다면 최소한 나의 범위에서는 명백한 오류가 분명하다. 하지만 나의 견해를 확장하여 대입제도의 오류를 증명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마치 프톨레마이오스 시절 지동설을 이야기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고 동시에 명백한 논리의 오류라고 비난받을 것이 분명하다.


며칠 전 나와 비슷한 나이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지금의 고 3 교실 풍경에 대한 이야기다. 그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문제점은 이러했다. 먼저 아이들이 최소한의 지식을 배우려는 의지도 없이 널 부러져 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처지와 미래에 대한 고민도 없이 그저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하여 3학년 교실에서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신다는 것이었다. 이 말씀에 백 번 동감하면서 나의 생각도 말씀드렸다.


먼저 나는 지금의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의 분위기를 만든 원인에 대해서 고민한 이야기를 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등학교 3년, 특히 인문계 고교 3년을 대입의 준비과정으로 몰아가는 지금의 교육제도와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이런 것들을 조장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역시 그 선생님의 대답은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늘 듣던 그 대답이 돌아왔다. 이를테면 나의 이야기는 너무 멀고 동시에 바꾸기 어렵다는 것과 교사들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 그리고 별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대해 지적하셨다.


맞는 말씀이다. 반박 불가다. 마치 프톨레마이오스 시절 지동설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고 3 교실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앞으로도 계속 보지 않으려면 누군가는 그리고 언젠가는 다른 방향 접근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그러한 변화의 시작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하지만 거의 명백한 오류에 가깝다는 것을 자인한다. 동시에 그 어떤 대안도 제시할 수 없음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이제는 좀 다른 방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나의 생각을 곱씹어 본다.



2. 폼페이오 방북 연기


역사 이래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은 안타깝게도 세계 패권을 놓고 겨루는 나라들이었다. 최근에는 힘이 없어 보이지만 늘 한반도의 정세에 간섭을 하는 일본을 비롯하여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이 그런 나라들이다. 당연히 그렇겠지만 여전히 우리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그들의 논리에 따라 지금도 한반도 정책은 진행되고 있다.


19세기 말 한반도의 정세가 혼란스러웠을 때 일본 주재 청나라 참사관 황준헌(黃遵憲, 황쭌센)이 쓴 ‘조선책략’에 대한 생각이 지금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넘어 자괴감마저 든다. 더욱이 지금은 당시보다 더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 이를 테면 남북 분단의 상황과 그로부터 빚어진 북한 핵 문제,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패권 문제 등이 절묘하게 꼬여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런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북한의 핵 폐기 프로그램에 탄력이 붙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북한과 가까워지는 것을 좌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북한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국에게 매우 쓸모 있는 인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미관계가 우호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매우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최근 중국 공산당 주석 시진핑(習近平)이 북한 건국절(9.9절)에 참석한다고 발표하면서 북한과 중국의 친밀도를 미국에 과시했다. 미국이 이 사태를 좌시하겠는가? 최근 전개되고 있는 트럼프의 대 중국 관세보복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국의 대외관계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마침내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예정된 제4차 북한 방문을 전격 연기해버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트럼프의 주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마도 트럼프의 성정이라면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을 일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역시 중국과 북한이 가까워지는 것을 절대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통해 국가적 이득을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의 이러한 양동작전은 한반도 평화의 필요악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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