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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Sep 09. 2018

반성

反省


孟秋不感寒 (맹추불감한) 이른 가을 찬 기운 느낄 수 없고, 

曉色未滿谷 (효색미만곡) 새벽빛은 아직 비치지 않는구나.

跨步數十年 (과보수십년) 수십 년 걸어왔으니,

處處亂痕足 (처처난흔족) 곳곳에 어지러운 발자국.

不敢及再歸 (불감급재귀) 감히 미치지 못해 돌아오기도 하고,

時時停回逯 (시시정회록) 때때로 멈춰 빙빙 돌다 조심스레 가기도 했지.

恒先身次志 (항선신차지) 늘 뜻보다 몸이 먼저였으니,

宜從蘧伯玉*(의종거백옥) 마땅히 거백옥을 따르리.  


2018년 9월 9일 새벽, 문득 지나온 내 삶의 수많은 새벽들을 생각해본다. 생각은 언제나 흔들렸고 몸은 생각보다 더 흔들렸다. 그렇게 지난 온 수십 년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거백옥은 『장자』 내편 ‘인간세’에 처음 등장하는 위나라의 현명한 대부로서 역시 『장자』 잡편 ‘칙양’에 유명한 반성 이야기가 나온다. 마땅히 거백옥처럼 반성해야 할 일이다.  


* 거백옥: 『장자』 잡편 ‘칙양’에 ‘蘧伯玉 行年六十 而六十化(거백옥 행년육십 이육십화)’ ‘살아온 나이 60이 되어 자기의 삶을 60번 바꾸었다.’ 이것은 자신의 삶을 늘 반성하고 관행에 따르지 않는 삶을 살아왔음을 뜻한다. 거백옥의 이러한 삶의 태도에 대하여 일본의 장자 해석의 대가 후쿠나가 미쓰지(福永光司)는 “매일매일 자기를 새롭게 하는, 구속됨이 없는 인생 태도를 설명하면서 장자적 초월 철학의 근본적 입장을 해설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사서삼경 중 논어에서도 거백옥은 자주 인용되고 있으며 人間世에서는 ‘螳螂當車(당랑당차 – 사마귀가 수레를 당해냄)’의 이야기를 말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또 주희가 쓴 論語集註(논어집주)에서는 “장자를 살펴보니 장주는 거백옥이 50년을 살면서 49년의 잘못을 알았다 했으며 또 이르길 거백옥은 60년을 살면서 60번 변했다고 했으니 그가 덕에 나아가는 공부가 늙어서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라고 했는데 이는 주희도 『장자』의 거백옥 이야기를 잘 알고 동시에 거백옥을 칭송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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