蓼花(료화) 여뀌꽃
微花蕾聲搖天地 (미화뢰성요천지) 가는 꽃 피는 소리 천지를 흔들지만,
玄玄寂寂未嘗肹*(현현적적미상힐) 고요하고 적막하여 소리 울린 적 없다.
漠漠流散太古音 (막막류산태고음) 막막한 천지에 태고의 소리 흩어져,
有耳不聞亡是非 (유이불문망시비) 귀 있어도 들리지 않으니 시비를 잊었구나.
2018년 9월 11일 점심시간, 학교 주변에 예쁜 여뀌가 피었다. 덤불 속 작은 꽃 핀다 하여 세상이 어찌 알겠는가? 하여 여린 모양과 희미한 붉은 빛은, 거대한 소리로 울리는데 아둔한 우리의 귀가 다만 듣지 못할 뿐이다. 들리지 않으니 시비도 없고, 시비가 없으니 고요할 뿐이다.
* 未嘗肹(미상힐): 황벽 희운 선사의 未嘗說을 용사함. 미상설이란 부처님 말씀을 일컫는데 49년 동안 설법하였는데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