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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Sep 15. 2018

不比而周

不比而周*(불비이주)


拱坐待奭公 (공좌대석공) 손 모으고 앉아 붉은 그대 기다렸더니,

忽顯幽天地 (홀현유천지) 문득 나타나 세상은 그윽해졌네.

多栮上各身 (다이상각신) 여러 버섯 온몸에 돋아나도,

此和無加希 (차화무가희) 이렇게 어울리니 더 바랄 것이 없어라. 


2018년 9월 15일 함양 상림, 해마다 보는 석산(꽃무릇)이지만 해마다 그 느낌은 다르다. 이미 오래전에 쓰러져 온 몸에 버섯이 나고 형체조차 조금씩 뭉그러지는 나무를 배경으로 문득 붉은 석산이 피어났다. 지금의 시공간을 넘어 전혀 독립적인 시공간이 창조된 것처럼 아름답고 어울리는 풍경이다.    


* 불비이주: 아무 말하지 않고서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친하게 지내지 않고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두루 사랑을 받음. ‘不比而周’는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말이다. 장자에서도 제21편 전자방에서 공자와 안회의 대화에 중언으로 쓰이고 있다. 본래 논어 위정 편에서는 君子 周而不比 小人 比而不周(군자 주이불비 소인 비이부주) 즉, “군자는 두루 사랑하고 패거리를 짓지 아니하며 소인은 패거리를 짓고 두루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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