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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Sep 08. 2018

나비로부터 세상의 모습을 보다.

於飛蝶見世儀 (어비접견세의) 나는 나비로부터 세상의 모습을 보다.


栩栩彼孤蝶 (허허피고접) 훨훨 나는 외로운 저 나비, 

輕風昡花片 (경풍현화편) 가벼운 바람에 꽃 잎 위 이리저리.

世渦蝸角戰*(세와와각전) 세상 소용돌이는 달팽이 뿔 위의 싸움,

長舌伸或捲 (장설신혹권) 긴 혀 펴거나 혹은 말거나.


2018년 9월 8일 토요일, 산을 걷다가 가을 나비를 보다. 가벼운 바람을 타고 꽃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둥글게 말린 혀를 펴거나 혹은 말아 올리며 꿀을 빨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나비에게는 세상일이 달팽이 뿔 위의 전쟁일 터, 우주의 질서대로 다만 움직일 뿐이다.


* 와각전(蝸角戰): 장자 제25편 칙양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위나라의 대진인이 위나라 왕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달팽이라고 하는 작은 벌레가 있는데 임금님께서도 아시겠지요?” 왕이 말했다. “그렇소.” 대진이 말했다. “달팽이의 왼쪽 뿔에 나라를 세우고 있는 군주가 있는데 촉씨라고 합니다. 또 달팽이의 오른쪽 뿔에 나라를 세우고 있는 군주가 있는데 만씨라고 합니다. 어느 때에 〈이 두 나라가〉 서로 영토를 다투어 전쟁을 일으켜 싸움터에 쓰러진 시체가 수만이나 되었는데 패배한 적을 십오일이나 추격한 뒤에 회군하였습니다.” 임금이 말했다. “에이, 실없는 소리 마시오!.” 대진인이 말했다. “그러면 제가 임금님을 위하여 이 이야기를 실증해 보이겠습니다. 임금님께서는 생각하시기에 우주공간의 상하 사방에 다함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임금이 말했다. “그야 무한하겠지요.” 대진인이 말했다. “무한한 상하 사방에 마음을 노닐게 할 줄 알면서 다시 인적이 통하는 한 나라에 마음을 두면, 한 나라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작은 존재로 여겨질 것입니다.” 임금이 말했다. “그렇소.” 대진인이 말했다. “인적이 통하는 나라 중에 위라는 나라가 있고 위나라 안에 서울인 양 땅이 있고 양 땅 안에 임금님께서 계신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임금님의 존재와 달팽이 오른쪽 뿔 위의 군주 만씨와 무슨 구별이 있겠습니까?” (이야기를 알아들어 힘이 빠진) 임금이 말했다. “구별이 없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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