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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Nov 26. 2018

天倪

孟冬之鮮陽照褪葉使示天倪*(맹동지선양조퇴엽사시천예)

초겨울 맑은 햇살, 바랜 잎에 비치니 이로써 하늘의 도를 보여주다.


待暘久不來 (대양구불래) 일출 기다려도 오래 오지 않더니, 

奄忽睆睆朝 (엄홀환환조) 문득 환한 아침.

去春新草生 (거춘신초생) 지난봄 새싹이더니,

過紅抖㓖乎 (과홍두필호) 검붉은 잎, 찬바람에 흔들리는구나.


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2018년 한시집 골의를 끝내고 2019년 시집 이름을 하루 종일 고민하다가 마침내 천예에 이르렀다. 세상은 항상 지극한 균형을 이룬다. 다만 그 균형을 매일 보고 살지만 우리 스스로는 단 한 번도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9년 한 해는 이 균형을 다가가 보기로 한다.  


* 天倪(천예) : 天倪는 자연의 道를 뜻하며 道에 의한 구분, 곧 절대적 균형을 의미한다. 지금의 『장자를 편찬한 중국 진나라(조조가 세운 위가 진으로 변함)郭象(곽상)은 “天倪란 自然의 分이다 [天倪者 自然之分也].”라고 했다. 비슷한 구절이 『장자』 寓言(우언) 편에 ‘和以天倪 因以曼衍 所以窮年……是謂天均 天均者天倪也(화이천예 인이만연 소이궁년..시위천균 천균자천예야)’라고 나오는데 이것에 따른다면 天倪는 天鈞(천균 - 鈞과 均은 통한다.)과 같은 뜻이다. 巵言日出 和以天倪 因以曼衍 所以窮年(치언일출 화이천예 인이만연 소이궁년: 치언이 매일 나오는데 天倪로 조화시켜 경계 없는 도를 따르게 하는 것은 생명을 다 살기 위한 방법이다)에서 因은 ‘따른다’는 뜻. 曼衍은 끝없는 모양. 곧 경계 없는 道를 말한다. 당나라 시대의 도교 학자 成玄英(성현영)은 “曼衍은 무심함이다(曼衍 無心也).”라고 풀이했다. 窮年은 天年, 곧 하늘이 준 수명을 다한다는 뜻으로 人間世(인간세) 편에 나온 ‘終其天年(종기천년)’과 같은 뜻이다. 是謂天均 天均者天倪也(시위천균 천균자천예야) : 이를 일러 天均이라고 하니 천균은 바로 天倪임. 齊物論(제물론) 제2장과 庚桑楚(경상초) 제4장에는 天鈞(천균)으로 나온다. 『장자』 德充符(덕충부)에는 이 균형을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들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人 不忘其所忘 而忘其所不忘 (인 부망기소망 이망기소부망: 사람들은 잊어버려야 할 것은 잊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림.)이라고 말한다. 좀 더 부연하자면 사람들은 잊어버려야 할 外形(외형)에 얽매어 그것을 잊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내면의 덕은 아주 쉽게 잊어버린다는 뜻. 其所忘(기소망)은 마땅히 잊어버려야 할 것, 곧 外形이고, 其所不忘(기소불망)은 잊지 말아야 할 것, 곧 내면의 德(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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