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그리고 일상

by 김준식

설 연휴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뉴스를 보니 아름다운 일과 그렇지 못한 일들이 뒤죽박죽 섞인 연휴다. 하기야 우리 모두 살아가는 일을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아름답지 못한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아들은 오늘 떠났고 딸은 연휴를 늦게 시작한 탓에 내일 우리가 없을 때 떠난다. 네 명이 같이 있으니 마음이 좋았는데, 아들 녀석이 떠나니 조금은 빈 구석이 보인다. 내일 딸 조차 떠나면 다시 둘 만의 공간이 된다. 사람 사는 일이 모두 이와 같으리라.


어제 이곳저곳을 둘러 오면서 또 음악을 들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고향은 이미 고향이 아닐지도 모른다. 피붙이라는 인식도 이제는 희미해진 세상이 아니던가!


세 곡의 음악을 이야기해 본다.


Louis Hector Berlioz

Symphonie fantastique 제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 Marche au supplice」

Allegro non troppo g단조 4/4 빠르지만 지나치지 않게 6분 54초


프랑스에서 태어난 베를리오즈는 처음에 부모의 요구대로 의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스스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23세의 나이에(당시로서는 매우 늦게, 지금으로도 음악도로는 매우 늦은) 음악의 길로 들어선다. 늦은 나이었지만 그의 천재성으로 이탈리아 유학 후 음악가로서 명성을 얻는다.


그의 가정생활은 매우 불행했고 개인적 삶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천재의 업보인가?


이 음악 ‘환상 교향곡’은 해리엇 스미드슨이라는 여자배우에 대한 그의 짝사랑하는 마음과 그녀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상심에 의해 작곡된 음악인데 최초로 음악에 소설을 도입한 완전한 표제음악이다. 표제음악이란 음악 외의 요소인 회화, 시, 소설, 풍경 등을 미리 설정할 후에 그것을 음악으로 세세하게 묘사하는 음악의 형식이다.


해리엇 스미드슨과 베를리오즈는 결국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매우 불행했다.


이 곡을 들어보면 선율이 풍부하고, 화성이 미묘하면서 모호하지만 매우 기능적으로 배열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조바꿈이 절묘하게 대조를 이루면서 관현악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불운의 천재 베를리오즈는 당시 슈만이 있었던 독일에서 음악적 환영을 받았고, 그의 조국 프랑스는 그의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그를 재평가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sE8Mn2YXF8



Alexander Porfir'yevich Borodin - Symphony No. 2 1st Mov. Allegro b단조 2/2.


보로딘은, 무소르그스키, 림스키 코르사코프, 발라키레프, 큐이와 함께 러시아 5인조로 유명하다. 이들은 러시아의 국민음악 운동의 선구자로서 활약했고, 많은 명곡을 러시아 민족주의를 위해 바쳤다.


그는 의학자가 본업이었지만 음악 역시 대가였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러시아 민족주의적 경향, 즉 슬라브 특유의 리듬과 음색을 가지고 있다.


이 음악, 교향곡 제2번 b단조 1악장은 현악과 금속성 관악의 합주로 매우 깊고 두텁게 시작하는데 뒤 이은 목관의 연주가 그나마 부드럽게 곡을 인도한다. Poco meno mosso, 즉 ‘점점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라는 악상기호처럼 1악장은 휘몰아치듯 연주되지만 혼란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곡은 매우 무겁고 장중하다.


당시 러시아는 로마노프 왕조가 쇠퇴하고 농민 반란이 곳곳에서 있었으며 나폴레옹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이었다. 민족적 자존심과 함께 경제적 어려움 등이 오래된 제국을 흔들고 있던 당시 보로딘은 민족적 정신의 회복을 통한 위대한 러시아를 꿈꿨다. 하지만 그의 죽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혁명을 통한 로마노프의 전제정이 무너지게 된다.


보로딘은 유럽 세계 전체에 알려진 최초의 러시아 작곡가로서 폴란드 방문 당시 위대한 피아니스트 리스트의 영접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Z3e6CPLBZWI


Christoph Willibald Gluck - Orpheus and Eurydice 『Dance of the Blessed Spirits』


보헤미아 태생의 오스트리아 작곡가 글루크는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하다가 17세 때 프라하 칼 대학 입학하게 된다.


글루크는 이탈리아 오페라가 성악가의 음악적 기교에만 치중하다가 생명력을 잃었다고 여기고, 대본가 칼차비지와 더불어 당대 오페라 개혁에 착수해 대표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작곡한다. 그는 이 오페라의 장르 명칭은 ‘아치오네 테아트랄레(azione teatrale)’로 불렀는데 그 뜻은 ‘신화적 소재를 취해 합창과 무용을 가미한 공연예술’이라는 말이다.


18세기 오페라의 개혁자로 불리는 글루크는 단순하고 간결한 것,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음악 세계를 추구했다.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글루크의 가장 혁신적인 작품으로, 그리스 신화의 내용을 인용하여 만든 것으로, 사랑의 힘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가 결합한다는 내용이다. 이 음악 ‘정령의 춤’은 제2막 제2장의 처음에 광활한 벌판에서 정령들이 흥겹게 춤추는 장면을 묘사한 음악이다.


Lento(느리게) F장조 3/4박자 미뉴에트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현악기를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라와 플루트 독주로써 연주된다. 플루트의 선율이 참으로 아름답고, 애수를 띤 선율은 가슴에 깊이 스민다. 하지만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이내 다가올 봄 밤, 정령들의 움직임을 보는 듯하고 특히 중반부의 플루트와 오케스트라의 조화에서 천지에 가득한 싱그러운 봄 꽃 향기를 느낄지도 모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tfDJLjrLND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