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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13. 2019

백리향

百里香


低風捎綠苑 (저풍소록원) 낮은 바람 푸른 정원을 스치니, 

薰然香微妙*(훈연향미묘) 미묘한 향기 멀리 혹은 가까이.

諸華開寂中 (제화개적중) 여러 꽃 고요 속에 피어나는데,

誰得知其嚆 (수득지기효) 누가 그 외침을 알리오. 


2019년 4월 11일 목요일. 날씨가 좋아 학교 주변을 산책하다가 백리향 꽃을 본다. 백리향이니 40Km까지 향기가 나야 하지만 4Cm 정도 다가가야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몇 송이밖에 피지 않아 향기가 멀리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꽃들이 많아지면 바람을 타고 백리까지 날아 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향기라는 단어는 왠지 『莊子』적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여 『莊子』전편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만 天下 첫머리에 있는 薰然(훈연)이 향기의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이야기 조차도 『莊子』의 내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글이다. 훗날 편집 과정에서 추가된 내용이라 짐작된다. 어쨌거나  薰然(훈연)은 感化(감화), 또는 影響(영향)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백리향이 피고 여러 꽃이 피어나며 거대한 외침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다만 고요뿐이다. 2~3일을 고민하여 완성하다.


* 『莊子』天下 第1章 以仁爲恩 以義爲理 以禮爲行 以樂爲和 薰然慈仁 謂之君子 (이인위은 이의위리 이례위행 이악위화 훈연자인 위지군자): 仁愛로 은혜를 베풀며, 정의로 조리를 세우며, 예를 행위의 기준으로 삼으며, 樂으로 조화를 이루어 향기롭고 자애로운 사람을 군자라 함. (논어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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