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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y 26. 2019

우주

                                                                                                                                       

宇宙 
 
小雲淸密元 (소운청밀원) 가는 구름 맑고 깊은 하늘, 
昌盛紅薔花 (창성홍장화) 흐드러진 붉은 장미.
誰亦知明哲*(수역지명철) 누가 분명히 알겠는가!
恒遇不可度 (항우불가탁) 늘 만나는 신비로움을. 
 
2019년 5월 21일 점심시간. 학교 화단에 어제 내린 봄비를 맞고 흐드러지게 핀 붉은 장미를 본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핀 붉은 장미는 우주의 모습 그대로이다. 감히 어떤 인간의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不可度 – 헤아릴 수 없음, 즉 신비함) 경지다. 다만 조용히 지켜 볼 뿐이다.  
 
* 明哲이라 함은 ‘분명하게 깨닫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가지는 위험을 장자는 인간세에서 이렇게 비유적으로 설명한다. 莊子가 보기에 세상은 어지러울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물론 이 편에서 장자는 어떻게 하면 이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 자신을 보존할 수 있는가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시대의 철학자 孟子가, “푸줏간에는 살찐 고기가 가득하고 마굿간에는 살찐 말이 가득한데도 백성들의 얼굴에는 굶주린 기색이 역력하고 들판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널려 있으니 이것은 짐승을 몰아다 사람을 잡아먹는 것이다[庖有肥肉 廐有肥馬 民有飢色 野有餓莩 此率獸而食人也].”라고 격렬하게 분노했던 것과는 분명 다른 차원이다. 즉, 여기서 장자는 맹자처럼 明哲을 保身의 처세술 따위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름지기 명철이라 함은 無心의 경지인 心齋와 인간세 마지막 장에 나오는 無用之用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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