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by 김준식

涷(동 – 소나기)

雨歇槻葉攪 (우헐규엽교) 비 사이로 느티나무 잎 흔들리더니

勃風卷丹㣰 (발풍권단실) 갑자기 부는 바람은 나리꽃을 흔드네.

顯常等潛標*(현상등잠표) 보이지 않는 것, 보이는 것과 같으니,

霹聲不嚆心 (벽성불효심) 우레 소리는 마음 한 자락 울리지 못하네.


오후에 갑자기 비가 퍼붓는다. 번개가 치고 우레 소리도 이따금씩 들린다. 비 그친 뒤 바람 분다. 그러더니 이내 세상은 고요하다.


* 惠施: 『장자』에 등장하는 惠施는 공리적 사변론자이다. 마치 서양 철학의 제논(여기서는 엘레아의 제논 <490년 경 ~ BC 430년경> 이다. 또 다른 제논은 키티온의 제논<BC 335년경 ~ BC 263년경>인데 이 키티온의 제논은 스토아학파의 수장이다. 둘은 전혀 다른 인물이다.)처럼 느껴진다. 『장자』 마지막 천하 편에 惠施의 이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惠施는 다방면에 걸친 학문을 추구하여 藏書가 수레 다섯 대에 실을 정도로 많았으나, 그 道理가 잡박하여 그 말이 적중하지 못했다. 그는 사물의 의미를 차례로 검토하여 다음과 같이 열거하였다.(일종의 논리적 모순에 대한 혁파이다.)


지극히 커서 밖이 없는 것을 일컬어 大一이라 하고, 지극히 작아서 안이 없는 것을 일컬어 小一이라 한다.(라이프니츠의 단자를 생각나게 한다.) 두께가 없는 것은 쌓아 올릴 수는 없으나, 그 넓고 큼은 천리 사방에 미친다. 하늘은 땅과 마찬가지로 낮고 산과 못은 둘 다 평평하다. 해는 중천에 떠오르면서 기울기 시작하고, 사물은 생기는 동시에 죽어간다. 크게는 같으면서 작게는 다른 것을 조금 다르다 [小同異]고 하고, 만물이 物이라는 점에서는 다 같고, 개별로서는 다 다른 것을 일러 크게 다르다 [大同異]고 한다. 남쪽은 끝이 없지만 남쪽의 끝은 있다. 오늘 월나라에 갔는데 어제 도착했다. 이어진 고리는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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