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

by 김준식

合歡樹 (합환수 – 자귀나무)

彼花開久雨 (피화개구우) 저 꽃 피면 장마라더니

曇天往小濩 (담천왕소확) 흐린 하늘 가끔 빗방울만.

趙洲能解中*(조주능해중) 조주는 속마음을 알았지만,

吾侗南泉割*(오동남천할) 우리는 남전의 자름을 모른다네.


2019년 6월 22일 하지. 산 길을 걷다가 자귀나무 꽃을 보다. 이릴 적에는 소들이 좋아한다 하여 ‘소찰밥’이라 부르기도 하고, 또 저 꽃이 피면 정확히 장마가 시작된다 하여 ‘귀신나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자로서 합환 수라 부르니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다. 어쨌거나 장마는 오지 않고 빗방울이 후드득 내리다 말다 를 하루 종일 되풀이한다. 하여 남전보원 선사의 고양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애꿎은 고양이는 두 동강이 났지만 여전히 뜻을 알 수 없는 우매한 대중들이 있는 반면 한 번에 알아차리고 머리에 짚신을 이고 나간 조주의 생각 역시 우리는 잘 알 수 없다. 장마가 오는 것을 어찌 알아차리리오, 나 같은 무지렁이가.


* 남전참묘아(南泉斬猫兒)--- 남전스님 휘하에 동당(東堂)과 서당(西堂)으로 나누어진 선방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고양이 한 마리가 절에 와서 동당에 가서 슬그머니 앉기도 하고, 서당에 가서 슬그머니 앉기도 했다. 이때 수행승들은 그 고양이를 서로 자기 당(堂)의 고양이라고 우기다가 마침내 선방이 시끄러워졌다. 이에 남전은 고양이를 집어 들고 말했다. “너희들이 뭔가 한마디 할 수 있다면 죽이지 않겠지만 말할 수 없다면 베어버릴 것이다.” 이에 대중(수행승들)은 각기 이말 저말 한 마디씩 했지만 모두 남전의 기대에 어긋났다. 그래서 남전은 그 자리에서 고양이를 베어 죽였다. 그런데 저녁에 조주(趙州) 스님이 외출에서 돌아와서 스승인 남전스님에게 귀가 인사를 드리자 남전이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조주에게 물었다. “자, 그대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그러자 조주는 아무 말 않고 짚신 한 짝을 머리에 이고 나가버렸다. 이를 본 남전은, “그대가 있었더라면 그 고양이를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라고 했다. 남전은 한자로 남천이라 읽어야 하지만 고유명사인지라 남전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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