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日逍遙
閒中見閑居*(한중견한거) 잠시 틈을 내어 한가로움 보니,
異花各處坐 (이화각처좌) 다른 꽃 각자 그 자리에 있네.
由始等本宗 (유시등본종) 처음 본질은 같으나,
變化然無常*(변화연무상) 끊임없이 변화하여 일정한 모습이 없어라.
2019년 6월 25일. 뜨거운 여름날, 점심을 먹고 학교 주변을 돌아보니 어느새 백합이 흐드러져있다. 학교 울타리에 심겨 있는 남천 꽃도 흐드러졌다. 두 꽃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연의 모습 그대로 서 있지만 분별심 가득한 인간인 나는 두 꽃의 모양과 크기, 향기와 이름으로 분리하여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두 꽃은 인간의 눈으로 보아 다를 뿐, 본시 그 의미야 다를 것이 없다. 형태와 주변에 집중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은 버릇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으나 본질은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 맹호연 시의 한 구절 養拙就閑居(양졸취한거)에서 차운함.
* 장자 33편 천하 제6장 첫 구절을 용사함. 즉, 적막하여 형체가 없고 끊임없이 변화하여 일정한 모습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