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추석을 앞두고.

by 김준식


장관에 임명된 후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보수 언론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기세를 올리는 모양새다.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이유 들이야 한 없이 많지만 뭔가 결정적 원인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조국이라는 인물이 법무부 장관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이유, 그것이 무엇일까?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현재의 상황을 살펴보자. 먼저 조국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특이점이다. 그는 그가 말한 것처럼 강남 좌파다. 여기서 강남이란 현재 대한민국의 특권세력들의 대표 명사다. 부연하자면 7~80년대 개발 독재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주변부와 중심에 있으면서 온갖 추악한 방법으로 경제적 이득을 독차지한 자들의 후손이거나 당사자들이 바로 강남으로 대표되는 부류들의 속성이다. 더불어 권력까지도 일부 손에 넣은 그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그들을 위한 국가이어야만 한다. 여기서 이 부류들의 이전 세대가 저질렀던 친일의 문제는 논외로 하자. 그것조차 이야기하면 이 땅에서 우리의 존재가치가 너무 참담해진다.


정리하자면 조국은 강남이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고, 강남은 위에서 말한 그런 부류들이다.


그런데 이 조국이 스스로 좌파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일부 밝혀진 것처럼 조국은 여러 면에서 볼 때 이 땅의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고 또 분명하게 보통의 삶은 아니다. 얼추 강남이라는 대표 명사에 걸맞은 인물이 틀림없다. 그런데 그런 그가 스스로 좌파라고 이야기했고 그동안 각종 저작에서 자신의 좌파적 입장을 강경하게 외쳐왔다. 그러면 그 좌파란 용어의 핵심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현재의 소수에게 집중된 부와 권력의 불균형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이다. 현재 대한민국 자본주의가 가지는 집중과 편중, 천박함과 광포함에서 빚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몇 개의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좌파적 사고(분배의 측면만 이야기한다면)라고 본다면 지금의 보수들이 가지는 찜찜한 불안감이 대충은 이해되는 면이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분배라는 말은, 자신들이 피땀흘려(온갖 부정과 협잡으로)쌓아온 부와 권력을 허무는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들의 아성을 궤멸시킬지도 모르는(가능하지도 않지만) 불안함을 가져다 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 좌파적 사고를 현행 법체계 내에서 실천하려는 사람이 조국이니 강남의 우파들, 즉 이 땅의 기득권들은 못내 못마땅한 기분일 것이다. 가장 처음으로 시도할 수 있는 일이 한 때 대통령과 각을 세우던(노무현 시절을 생각해 보자) 무소불위의 권력기관 검찰의 개혁이다. 이를테면 법 테두리 안에서 권력기관을 개편하는 것이 조국, 정확하게는 문재인 정부의 방향이다. 검찰의 구성원 대다수가 이미 이 나라 기득권층이다. 서울대, 사법시험, 검찰로 이어지는 특권의식과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국가가 부여한 특별한 권력으로 검찰이 수호하고자 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보편적 정의가 아니라 특권층을 위한 정의인 것이다. 조국은 비록 서울대학을 나왔지만 사법시험을 거치지 않았고 또 검찰 조직 출신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 검찰 개혁의 적임자인 셈이다.(다른 도덕성은 논외로 한다면)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어 강남, 그들의 특권을 위해 움직여 온 검찰을 개혁한다는 것은 이 나라 특권층, 보수 우파들에게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을 보호해 줄 검찰이 무력화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력한 검찰의 권력 사이로 들어오는 보편적 정의와 분배에 대한 요구가 그들에게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조국은 강남이므로 그들이 무서워하는 것과 그들이 피하고픈 일들을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이번 조국의 삶을 통해 우리도 희미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조국 임명에 의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생래적 좌파인 나의 견해로는 이미 문재인 정부도 더불어 조국도 좌파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아니 이미 오른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그런데도 보수 언론들의 멈추지 않는 공격은 정말 한 움큼의 기득권도 내놓을 수 없다는 기막힌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명절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분명 이 주제를 꺼낼 것인데 일부 국민들은 보수 언론이 짜 놓은 교묘한 덫에 걸려 조국을 비난하고 문재인을 비난할 것이다. 비난할 만하다. 전혀 근거 없는 비난도 아니니 비난을 감수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나라 기득권층이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와 권력의 일부를 가져 본 적도 없으며 동시에 가질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그 기득권, 특권층들을 옹호하는 언론들의 이야기를 아무런 비판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고 그것으로 사태 판단의 기준을 삼는 것인가? 보수 언론들이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런 어리석은 판단을 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써대는 그리고 방송하는 저 이면의 음험한 미소를 왜 모른단 말인가?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조를 탄압하는 문재인 정부와 이강래 사장!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할 명분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하여 조국으로 불붙은 이 땅의 권력기관의 개편은 그나마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자 C일보, D일보, C일보 외 여러 신문에서 조국을 폄훼하는 기사가 전체 지면의 3/4이나 된다. 그야말로 집중포화다. 앞으로의 판세가 사뭇 기대된다. 우리 대부분의 국민들은 싸움의 승자가 누구이든 간에 권력 혹은 재산이 비교적 공정하게 분배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위 그림은 러시아 이동전람파 화가 이바노프의 "부활 후 막달레나 앞에 나타나신 예수"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