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水 風景 5

by 김준식

白雲漂虛靈 (백운표허령) 흰구름은 텅 빈 곳에 떠 있는데,

吾中渾樊亂 (오중혼번란) 내 마음은 복잡하고 흐릿하여라.

百果稔衆意*(백과임중의) 백과는 모두의 뜻으로 익어가는데,

伊松在蒼蒼 (이송재창창) 소나무만 푸르고 푸르구나.


2019년 9월 26일 목요일. 지수의 풍경이 조금씩 익숙해진다. 앞 산과 하늘, 벼가 익어가는 논의 모습은 내 삶에 항상 있어 온 풍경이 아닌가! 빈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그 밑으로 절묘하게 연결되는 산등성이가 주는 느낌은 항상 새롭고 동시에 압도적이다. 벼가 익어가는 모습과 그 벼를 쓰다듬고 가는 바람을 본다. 마침내 텅 비워질 들판은 위대한 자연의 모습이다. 다만 멀리 보이는 소나무 홀로 푸르게 푸르게 겨울을 보내 것이다. 며칠 출장으로 바빠 주말에야 비로소 글로 옮긴다.


* 사공도 24시 품 중 마지막 풍격인 流動의 일부 의미를 용사함. 유동은 말 그대로 흘러 움직인다는 뜻으로서 24시 품의 모든 풍격을 관통하는 정신이다. 끊임없이 흘러 움직여서 가변적이고 탄력적인 현상을 의미하니 이는 곧 위대한 자연의 순리 그 자체이다. 기운이나 맥락이 멈추지 않듯 사고가 멈추지 않고 물 흐르듯 약동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시품의 마지막에 유동이 온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통설이지만 또 다른 학자들은 종결의 의미와 서두의 의미를 같은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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