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국화로부터 각의를 떠올림.

by 김준식

自秋菊惟刻意* (자추국유각의) 가을 국화로부터 각의를 떠올림.


各瓣展攝動 (각판전섭동) 여러 꽃잎 한꺼번에 펼쳐,

彰明布淸香 (창명포청향) 환하고 맑은 향기 베푸네.

俛仰讚黃菊*(면앙찬황국) 면앙은 황국을 우러렀지만,

今我見和亮 (금아견화량) 지금 나는 조화와 밝음을 보네.


2019년 10월 29일 아침에 사진을 찍어두고 尾聯이 생각나지 않아 11월 3일 오후에야 비로소 겨우 맞춰본다. 갈수록 미궁 속이다. 2020년 표제를 각의로 정했다. 뜻을 새겨 그것을 알고, 마침내 실행에 옮기는 한 해로 만들어야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다. 물론 2020년 10월 말쯤, 이 말이 얼마나 나를 부끄럽게 할 것인가는 얼추 짐작이 되지만 그렇다고 뜻까지 세우지 못한다면 그것은 말이 아니다. 힘써 실행에 옮겨 볼 작정이다.


* 장자 제15편 1장 刻意尙行: "뜻을 새기고 행동을 고결하게 함"에서 각의만을 따옴. 뜻을 새긴다는 것은 곧 마음을 억제한다는 뜻. 刻은 새긴다는 뜻으로 서진의 도교 학자 司馬彪(사마표)는 각을 “깎아서 새김이니 자기의 뜻을 높이 세움이다.”라고 풀이했고, 당나라 시대의 훈고학자 陸德明(육덕명)도 “살펴보건대 뜻을 깎아서 새기고 높게 함이다.”라고 그 뜻을 풀이했다. 意는 뜻. 역시 육덕명은 “廣雅(광아 – 위나라 장읍이 편찬한 한자사전으로 수나라 때 조헌이 증보하여 '박아'라고 부름. 여기에 나오는 의의 뜻을 육덕명이 인용함)를 인용하여 志라 했다.” 결국 각의는 뜻을 새겨 그것을 잘 알게 되는 경지를 말한다.


* 명종이 어느 날 대궐 정원의 황국화를 꺾어 玉堂官(옥당관)에게 주며 노래를 지어 올리라고 하였다. 갑자기 명을 받은 옥당관이 어찌할 줄을 모르자, 마침 守直(수직-숙직과 비슷함.)을 하고 있던 송순이 이 작품을 지었다. 이에 명종이 상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鄭澈(정철)의 가사와 단가를 모은 『송강가사』 성주본에는 정철의 작품으로 실려 있으나 송순의 작품임이 확실하다. 송순(1493 ~ 1583)은 조선 중기 문신. 구파의 사림으로 이황 등 신진 사류와 대립했다. 대사헌 등을 거쳐 우참찬에 이르렀다. 강호가도(조선시대 시가문학에서 보이는 자연예찬의 풍조)의 선구자로 시조에 뛰어났다.


송순의 문집인 『면앙집』 권 4 잡저 편에 한역가가 실려 있고, 『진본 청구영언』 등에 自上特賜黃菊玉堂歌(자상특사황국옥당가)의 국문 시가가 전한다.

“풍상(風霜) 섞어 친 날에 갓 핀 황국화(黃菊花)를

은반(銀盤)에 꺾어 담아 옥당(玉堂)에 보내오니,

도리(桃李)야 꽃인 양 마라 임의 뜻을 알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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