遭回芒角不厚悲(조회망각불후비)모서리를 돌아나와 얇은 슬픔을 만나니.
秋光一脈輝 (추광일맥휘) 가을 햇살 한 줄기 빛나니,
紫菊呤希言*(자국령희언) 보랏빛 국화는 말이 없네.
薄哀何處來 (박애하처래) 얇은 슬픔은 어디서 오나?
不明況無襜 (불명황무첨) 흔들림조차 없는 어스름.
2019년 11월 14일 오후.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쁘다가 오후가 되어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본다. 아이들은 이미 가고 없는 학교는 한 없이 조용하다. 깊은 침묵의 시간으로 접어드는 오후 시간, 햇살 한 줄기 운동장에 겨우 비친다. 국화는 물끄러미 햇살을 보며 알 수 없는 속삭임을 주고받겠지만 내가 알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이런 풍경 밑으로 밀려오는 얇은 슬픔은 실상은 너무 오래되어 박제된 듯 느껴진다. 학교 건물 모퉁이를 돌아 나온 나는, 이 짧은 가을 오후의 어느 순간을 보고 있다.
* 노자의 도덕경에 이르기를 “希言이 自然이라” 했다. 이 말을 좀 더 풀이하자면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이름하여 희미하다 [希]” 로 표현했고, “도에 대해 입으로 내뱉는 말은 담담하여 아무 맛이 없고 보아도 잘 보이지 않고 들어도 알아들을 수 없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아무 맛이 없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란 곧 自然의 도리에 지극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