遠遊*
華逢連落葉 (화봉련낙엽) 꽃 피고 잎 지더니,
稹霜積已籜 (진상적이탁) 떨어진 잎 서릿발 가득.
自行無意懩*(자행무의양) 뜻도 바람도 없이 절로 그렇게,
寒風纏空柯 (한풍전공가) 찬바람 빈 가지에 얽히는구나.
冷月無聲夜 (냉월무성야) 달은 싸늘하고 밤은 소리도 없는데,
歲新回季寒 (세신회계한) 새해라 여겼더니 돌아보니 섣달이라.
嬴綠懸春木 (영록현춘목) 봄 나무에 매달려 한 없이 푸르더니.
旱葉降厚霜 (한엽강후상) 된서리는 마른 잎에 내렸네,
2019년 12월 8일 오전. 산 길을 걷다가 된서리 하얗게 내린 잎을 본다. 겨울이 온 것이다. 지난봄 푸르던 잎은 이미 갈색이 되어 땅 위에 떨어졌는데 밤새 낮아진 기온 때문에 된서리가 눈처럼 내렸다. 더불어 또 한 해가 가고 있음이다. 8일 날 사진을 찍어두고 이틀을 고민하다가 마침내 오늘 저녁(10일)에야 비로소 얼기설기 맞춰본다.
* 원유: 굴원이 지은 초사의 시적 이미지. 풀이하자면 ‘멀리 노님’인데 삶의 모습 중에서 정신의 움직임을 비유한 말이다. 이를테면 탐욕과 경쟁의 탁한 세상을 벗어나 까마득한 정신의 세계를 노니는 말을 형용한 경지이다.
* 북송의 郭若虛(곽약허)의 도화견문지의 내용을 용사함. 도화견문지는 그림 이론서로서 張彦遠(장언원)의 歷代畵名記(역대명화기)를 이어 唐나라 말기부터 宋나라 중기까지 생존했던 화가들의 전기와 화론, 繪事(회사)를 서술하였다. 제1권에는 화론, 제2, 3, 4권에는 당말에서 오대, 송대에 이르는 화가 280여 명에 대한 간략한 전기와 평론을 실었다. 제5, 6권은 당, 송 간에 일어난 회사의 고사 일화이다. 회사라 함은 각 그림의 완성까지 있었던 일부터 그림의 구체적 의미에서부터 종이와 먹, 그리고 구림의 구성에 이르는 그림에 대한 전체 이력과 같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