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혹은 장례식

by 김준식

Henri Louis Bergson


오늘은 결혼식과 장례식을 번갈아 다녀왔다.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이 교묘하게 교차되는 지점 사이를 하루 만에 지나온 것이다. 결혼식은 번잡했고 장례식은 조용했다. 결혼식에 온 사람은 賀客이기 때문에 시끄러워도 무방하지만 장례식에 온 사람들은 弔問客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경건하게 해야 한다.


결혼식을 거치고 나면 남녀는 합법적(물론 법률적으로는 사실혼이지만)으로 부부가 되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온 다양한 금기가 해제되는데, 예를 들면 법률(민법)에서는 오히려 동거의 의무를 명시하여 어제까지 금지 혹은 금기시해오던 성적인 결합을 강요(?)하고 있다. 얼마나 극적인 변화인가? 결혼 전의 동거에 대하여 도덕의 기준을 들이대며 금지를 주장하던 태도가 간단한 의식을 거친 뒤에는 갑자기 의무를 강요하는 태도로 바뀌다니!! 결혼식이래야 길어도 1시간, 그 사이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별 다른 저항 없이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위대한 철학자 Bergson이 마지막으로 집필한 책, Les Deux Sources de la Morale et la Religion(도덕과 종교에 대한 두 개의 원천)의 이야기를 참고해 보자.


그는 도덕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정적 도덕과 동적 도덕이다.


靜的 도덕은 責務의 도덕이다. 이 도덕은 ‘닫힌 사회’에서 일어나며, 과거의 기성 가치들을 보존하는 것이다. 그것은 禁忌나 관습의 준수, 고정된 기준의 준수 등을 내포하고 있다.


정적 도덕이 없다면 사회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여러 가지 충동이 뒤죽박죽 얽힌 혼란 속에서 해체되고 말 것이다. 어떤 한 집단의 관습들 중 어느 한 가지 것이 도전을 당하고 동요할 수 있을 지라도, 공인된 책무들의 전체는 의무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 의무의 힘이 없으면 사회의 붕괴가 곧 뒤따를 것이다. 제도로서 그리고 정적인 도덕으로서 결혼은, 아마도 이 범주에 들 것이다.


그런가 하면 動的 도덕은 憧憬(동경)의 도덕이다. 그것은 그 어떤 기성의 사회질서와도 무관하다. 이를테면 하나의 변이 물질(술을 만드는 효소나, 누룩처럼)처럼 그 사회 속에서 새로운 것이 생겨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그것은 정적 도덕처럼 개인에 대한 지속적인 압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속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가정하는 도덕이다. 결혼 생활 자체에 대한 도덕적 상황은 이 동적인 도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결혼을 유지하는 우리의 의지와 관련하여 해석될 수 있는 도덕적 상황이다.


동적인 도덕은 또한, 목적이 확실하지도 또 뚜렷하지 않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이상을 바라보고 이 이상을 고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상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고, 또 가끔은 관습과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가끔 이러한 도덕의 충돌은 개인의 내부적 충돌로 이어지기도 한다.


종합해보면 결혼은 이 두 개의 도덕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책무와 금기가 요구되는 상황과 변이 물질과 이상의 세계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현실의 세계가 어쩌면 결혼이라는 제도인 모양이다.


오늘 그 결혼식장에는 총 14 쌍의 부부가 탄생했고 장례식장에는 총 6명의 사람이 세상과 하직했다. 망자는 당연히 모를 것이고 결혼식을 마친 그들은 아마 이러한 도덕적 문제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한 채 오늘을 마감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