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정초와 2020년
1871년 처음 시작하여 그 이듬해까지 모 잡지에 연재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악령을 보면 전염병(콜레라)의 창궐에 대처하는 무능하고 부패한 국가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즉 쉬삐꿀린 공장주와 당시 부패한 제정 러시아 정부의 결탁이 그것인데, 2015년 우리나라의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의 관계가 살짝 오버래핑되기도 했다. 현재 창궐하고 있는 전염병에 대한 현 정부의 자세는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금처럼 전염병이 창궐하는 것으로부터 인류멸망의 시나리오가 유추된다면 다소 과장이 심한 것이다. 하지만 세균들과 바이러스들이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여 인간을 공격한다면 위의 과장된 생각은 어쩌면 현실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면서 엄청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최근에는 사스와 메르스가 지구 전체를 위협했다. 바이러스는 근본적으로 숙주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즉 생명 있는 존재에 붙어 자신을 증식시키고 동시에 확산하는 존재들로서 세포를 이루지도 못하는 것들이다. 이 미세한 것으로부터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생명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물학적 지식이 얕은 우리와 같은 일반인으로서 그저 이런 존재들의 위협이 두려울 뿐이다.
선거를 앞둔 대한민국의 정치판에 이 바이러스가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각자 아전인수의 수세적 태도를 취하고 있으면서 내부적으로는 상대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내려고 골몰할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러한 정치판에 미끼와 추파를 던지기도 할 것이다. 복잡한 계산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전염병은 근본적으로 가난한 자들을 공격하기 쉽다. 자본주의 상황에서 가난한 자들은 병균을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으면서도 별 다른 대책 없이 이 모든 사실을 견뎌내야만 한다. 거기다가 무능한 정부와 부패한 권력의 힘이 작용하기라도 한다면 도스토옙스키가 묘사한 악령의 상황이 구현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