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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04. 2016

Les Foins, 1877.

지극한 경지

Les Foins,1877. Oil on canvas, 160cmⅹ195cm

역사 화파의 향기가 느껴지는 자연주의 회화

Jules Bastien-Lepage(쥘 바스티엥 르파주)의 Les Foins(건초 만들기) 1877


Gustave Courbet(구스타브 꾸르베)로부터 번영했던 사실주의의 화풍은 1870년경부터 여러 면에서 새로운 변화를 수용해야만 했다. 사실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조금씩 방향을 달리하는 수많은 화가들이 등장하였는데, 그중 한 명이 Jules Bastien-Lepage (쥘 바스티엥 르파주 1848~1884)였다. 그는 프랑스 파리 북부 작은 시골 마을 Damvillers(당비 레)에서 출생하였는데 그의 회화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세밀한 풍경의 바탕을 제공한 곳이다.


르파주의 그림은 다양한 자양분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그가 에콜 드 보자르에서 만난 스승인 역사 화파의 거장 Alexandre Cabanel(알렉상드 카바넬)의 영향이 있을 수 있고, 그의 최초의 스승인 아버지가 가르친 자연 풍경에 대한 묘사 등이 르파주 회화세계의 바탕이 된다.


1870년 보불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에 참전한 르파주는 부상을 당한 뒤 고향에서 머물면서 치료와 더불어 새로운 회화에 대한 시도를 한 결과 1873년 파리 살롱에서 할아버지와 그의 정원을 묘사한 그림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된다.


1877년에 그려진 이 그림 Les Foins(르 퐁 – 건초)은 그를 일약 파리 화단의 스타로 만든 그림이다. 역사 화파의 인물 묘사를 차용한 극적인 인물의 표정과 빛에 의해 반사되는 채색의 느낌을 바탕으로 농민의 일상과 자연의 풍경을 묘사한 이 그림은 르파주를 자연주의 화파의 선구자로 만들었다. 보불 전쟁 이후 프랑스 농촌의 풍경은 도시의 풍경과는 다른 암담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쾡하게 패인 처녀의 눈에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느껴진다. 옆에 모자를 덮고 누운 남자는 아버지처럼 보이는데 해진 옷과 낡아빠진 신발에서 가난이 그대로 느껴진다. 수확을 끝내고 건초를 만드는 작업 사이를 절묘하게 포착한 르파주의 이 그림은 번성했던 퐁텐블로 숲의 바르비종파의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 그림의 성공 이후 르파주의 회화는 역사 화파의 그림자를 조금씩 지우고 자연주의로 급속하게 기울게 된다. 1879년에 그린 Portrait of Mlle Sarah Bernhardt (마일 사라 베른하드의 초상)는 빛의 절묘한 설정을 이용하여 그에게 레종 도뇌르를 안기게 된다. 1880년 이탈리아 여행을 시작하여 1883년 프랑스로 돌아온 르파주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알제리 여행을 통해 회복을 기원하였으나, 1884년 36세의 꽃다운 나이에 갑자기 죽고 말았다.



장자 이야기


지극한 경지에 이르니……


堯(요) 임금이 왕위를 물려주려 하자 그 소리가 못 마땅하여 강물에 귀를 씻은 인물 허유, 참으로 대단한 현자로 그려지는 그가, 장자는 참으로 못 마땅했는지 장자 대종사에서 선입견이 가득한 인물로 그리고 있다.(허유보다 더 대단한 사람은 허유가 강에 귀 씻은 물을 소가 먹을까 두려워 허유가 귀 씻은 곳보다 더 상류로 소를 끌고 가는 인물이다.)


어느 날 허유에게 意而子(의이자)라는 사람이 찾아와 도를 배우려 한다. 그런데 이 意而子라는 인물은 요 임금의 소개로 온 인물이다. 요 임금은 이미 의이자에게 ‘인의’와 ‘시비’를 가르친 뒤였다.(즉 유교의 명분주의와 형식주의를 가르쳤다.) 요 임금은 의이자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汝必躬服仁義(여필궁복인의) : 너는 반드시 몸소 인의의 덕을 실천하고

而明言是非(이명언시비) : 시비를 분명히 말하라.


이 이야기를 이의자에게 들은  허유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夫堯旣已黥汝以仁義(부요기이경여이인의): 저 요가 이미 인의의 덕으로 자네에게 묵형을 가했고

(묵형 : 불로 달군 도장으로 맨 살에 찍는 낙인형)

而劓汝以是非矣(이의여이시비의) : 시비로 코 베는 형벌을 가했다 (의형 : 코를 베는 형)


그러니 자네(의이자)는 이 상황을 어찌 처리하고 나와 같이 ‘도’의 세계에 이를 것인가? 이를테면 허유의 말은 이렇다."벌써 요 임금에게 다 배워서 그것이 머리에 가득한데 내가 널(의이자) 어떻게 다시 가르치리오?"


바로 허유의 선입견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대목이다. '선입견'이란 장자가 그의 책 장자 속에서 가장 가치 없는 것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선입견이란 장자가 꿈꾸는 ‘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가장 큰 방해물이다. 허유처럼 위대한 사람이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니 문제라면 문제다.


그러자 의이자는 비록 선입견이 있다 할지라도 힘써 노력하면 마침내 ‘도’의 세계에 이르지 않을까 하고 허유에게 되묻는다. 아니 정확하게 허유를 살짝 비꼬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庸詎知夫造物者之不息我黥(용거지부조물자지불식아경) : 어찌 알겠는가? 조물자가 나의 묵형을 지워 주고,

而補我劓(이보아의) : 베어진 코를 붙여 주어서

使我乘成以隨先生邪(사아승성이수선생사): 나(의이자)를 온전한 몸으로 만들어 선생(허유 당신!)을 따르게 할지를!


이 대목에서 오히려 의이자에게서 더욱더 고결한 향기가 난다. 노력이라는 말은 ‘도’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도’에 이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말은 어쩐지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그러자 허유는 매우 궁색하게 자신의 스승에 대해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하는데 이 말은 장자 자신의 말 일 수도 있다.


吾師乎(오사호) : 내 스승!

吾師乎(오사호) : 내 스승이란! (내 스승에 대해서 말하자면)

齏萬物 而不爲義(재만물이불위의) : 만물을 이뤄 놓았으면서도 의롭게 여기지 않고,

澤及萬世 而不爲仁(택급만세이불위인) : 만세에 미치는 혜택을 베풀었어도 어질다 생각하지 않는다.

長於上古而不爲老(장어상고이불위로) :아득한 옛날보다 더 오래 살면서도 늙었다 하지 않고

覆載天地 刻雕衆形 而不爲攷(복재천지 각조중형 이불위고) : 천지를 싣고 감싸서 갖가지 모양을 조각해 내면서도 재주라고 여기지 않는다.


즉 자연이 스승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자연이 ‘도’의 세계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지만 글 속에서 ‘물화’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렇다고 여기는 것이다.

장자는 허유라는 매우 고결한 인격의 소유자를 그의 글의 화자로 삼아 그를 선입견이 있는 사람으로 슬쩍 비꼬기도 하고 또 그를 절대 경지인 ‘도’의 세계에 노니는 인물에도 비유하고 있다. 이러한 중의적 방법은 장자 전체에 자주 등장하는 있다. 결국 장자는 허유의 고결함에 기대어 자신의 가치를 그곳까지 끌어올리고, 그 다음 허유를 슬쩍 비꼼으로 자신을 허유보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른 존재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장자의 꼼수는 여기서도 보통의 독자가 알 수 없도록 매우 복잡한 경로를 거쳐 드러나게 된다.  

장자 대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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