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日素描

by 김준식

2020년 비 오는 아침 학교 운동장을 보고 있자니 문득........


雨日素描


乾坤懸樹頭*(건곤현수두) 천지는 나무 끝에 걸려있고,

春地漫洓洓 (춘지만색색) 봄 땅 가득하게 비 내리네.

旣發黃茱萸 (기발황수유) 이미 산수유는 노란 꽃을 피웠는데,

凍風過切白 (동풍과절백) 찬바람은 가버리더니 말이 없다.


2020년 2월 25일 봄 비 내리는 날 학교. 비 내리는 운동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학교 뒤편에는 이미 노란 산수유가 꽃을 피웠다. 지난겨울 찬 바람 이리저리 소리를 내더니 이제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흔적도 소리도 끊어졌다. 봄이 오는 길목, 적막함이 학교를 감싸고 있다.


* 八大山人의 스승 釋 弘敏의 시를 차운함. 홍민의 시는 단 몇수만 전해진다. 그중 往事不須重按劍, 乾坤請向樹頭看에서 차운하다.


비 오는 날 어울리는 음악도 한 곡.


Grieg: Solveig's Song From ‘Peer Gynt’ Suite No.1


Edvard Hagerup Grieg는 노르웨이의 베르겐 태생으로 독일에서 음악교육을 받았지만 그는 뼛속 깊이 스캔디나비아인이었다.


다시 이탈리아에 유학하고 미국에까지 가서 명성을 알렸다. 하지만 고국에 돌아와 갑자기 죽고 말았다.


그리그가 입센의 부탁을 받고 소설 페르귄트에 곡을 입힐 때 그는 별로 탐탁지 않았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페르귄트 조곡은 그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음악이 되었다.


'솔베지의 노래'는 '페르귄트' 조곡 속에 나오는 노래이다.


입센이 쓴 페르귄트는 사실 매우 복잡한 공간과 인물들이 등장한다. 연극의 대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공간과 등장인물(노르웨이부터 유럽, 북아프리카 이집트, 모로코 사막까지 장소가 바뀌고 주요 등장인물은 약 100여 명)이 나오는 이야기로서 실제 연극을 공연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 읽히기 위한 대본(Lesedrama)에 가깝다. 그래서 아마도 그리그는 입센의 부탁을 탐탁지 않게 여겼는지도 모른다. 현대에 와서 내용을 대폭 줄인 연극은 공연된 적이 많다. 우리에게 가장 알려진 것이 바로 솔베이지와 페르귄트의 슬픈 사랑이야기이자 변하지 않는 사랑이야기다. 그 이야기에 그리그가 곡을 붙였다.


A 단조로 시작하는 슬픈 음률은 노르웨이 민요에서 차용했는데 북유럽으로부터 지리적으로 약간 쳐져있는 북아일랜드까지의 음악적 정서가 강하게 느껴진다.


Marita Solberg는 노르웨이 출신의 소프라노 가수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R8AD75_sN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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