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시비 걸기

by 김준식
때죽나무 꽃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주말을 잘 보내는 방법 중에는 일을 열심히 하거나, 또 산에 가거나 가 있다. 두 가지만 생각이 난다. 늘 그것만 해서 사실 다른 방법은 잘 모른다. 여행? 좋기는 하지만 잘 보내는 방법은 아닌 듯하다. 왜냐? 여행으로 얻는 것보다 오가는 길에서 얻는 피로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산 길을 걷는 것만큼 더 좋은 휴식을 아직은 찾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문제가 있기는 하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옆 지기와 함께 단 둘이 산 길을 걷기가 어려워졌다. 서로 교행 하기도 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기도 한다. 뭐 나를 위한 산이 아니니 여러 사람들과 걷는 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1. 트로트를 사랑하시는 대중들에게 고함.


그런데 그분들 중 일부는 배낭이나 주머니 심지어 손에 휴대폰을 넣거나 들고 음악을 들으며 산행을 한다. 오로지 나의 경우이겠지만 내가 산에서 얻는 것은 산길을 걸으며 들리는 자연의 소리, 이를테면 바람소리, 새소리, 그리고 꽃피고 지는 소리, 새싹이 나고 자라는 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행복감을 느낀다. 휴대폰에서 나오는 음악의 90%는 트로트다. 원인은 간단하다. 트로트를 즐기는 연령대의 사람들이 산을 많이 찾는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방해받는 느낌이 든다. 가끔 소리를 줄여달라고 부탁도 하고 또 가끔은 빨리 앞지르거나 뒤로 처져서 걷기도 한다. 그래도 들린다. 산은 조용하고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는 상대적으로 잘 퍼져나간다.


트로트가 좋다 나쁘다가 아니다. 좋은 음악이다. 그 좋은 음악을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산에서 그 음악을 듣기는 싫다. 앞서 말한 자연의 소리가 훨씬 더 아름답고 휴식을 주기 때문이다. 음악은 누가 어떻게 듣는가에 따라 그 음악의 속성이 결정되기도 한다. 산에 오는 연령대의 사람들이 다른 이에 대한 배려가 없이 트로트를 듣는다면 트로트는 그런 음악이 될지도 모른다. 그 음악이 좋든 어쨌든 간에.


방법이 있다. 요즘은 무선으로도 나오는 이어폰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자연의 소리를 음악과 같이 듣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는 공간을 찾아서 듣기를 권유해본다. 제발 자연에서 자연의 소리만을 들으며 호젓하게 걷고 싶다. 나의 과욕인가?


2. 일베 무리들에게 고함.


정치적 의견을 달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요체다. 정치적 다양성은 그 자체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산에 가면 산행하는 곳곳에 쉼터가 있다. 쉼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행 중 피로를 풀기 위해 편안하게 쉬는 장소다.


여기에도 의례히 트로트가 울려 퍼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쉼터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차라리 길 가 바위에 앉아서 쉰다. 트로트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쉼터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이 문제다. 아예 듣지 않으려고 쉼터를 이용하지는 않지만 하는 수 없이 쉼터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역시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 일군이 모여 앉아 정치적 다양성을 뽐낸다. 그런데 가끔은 일베의 수준을 넘는 정말 역겨울 정도로 극단적인 말을 쏟아내는 무리들도 있다. 산행 중에 먹는 막걸리 한 잔의 맛을 모르는바 아니나, 그 사람들은 처음부터 막걸리를 마시기 위해 산에 온 것처럼 막걸리 좌판을 벌여서 얼근하게 취한 뒤 아주 큰 소리로 차마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내뱉는다. 어찌해야 할까?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좋은데 이 쉼터는 만인이 사용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면 화가 나기 시작한다. 산에 와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빨리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제발 정치적 이야기는 진지하게 독립공간에서 이야기하기를 빈다. 거기서는 크 소리로 하든 일베보다 더 한 소리를 하든 아무도 시비 걸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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