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Jul 01. 2020

펄럭이다.

飛揚(비양) 펄럭이다.


雲霧時起散 (운무시기산) 안개구름 생기다 말다,

趠風吹停往 (초풍취정왕) 빠른 바람 불다 마다. 

雲門明毁語*(운문명훼어) 운문 선사는 분명 혼내겠지,

一見前法談*(일견전법담) 법담 전 보시기만 하여도.


2020년 6월 30일 아침. 어젯밤 내린 비가 그치고 구름이 잔뜩 있더니 오전이 지나 하늘이 환해진다. 학교 깃대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며 문득 화두를 간파한 것처럼 세상의 이치가 돌연 분명 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깨달음도 마침내 이렇게 오리라. 하지만 깨달음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하늘에 흩어지는 구름처럼 번뇌와 망상만이 그득하다. 


* 운문 선사: 雲門文偃(운문문언, 864~949) 당 말에서 오대를 거쳐 북송 초까지의 선승. 匡眞大師(광진 대사)라고도 한다. 법명은 문언이며, 雲門宗(운문종)의 宗師(종사)가 된다. 


그는 뛰어난 화두로 유명한데, 특히 ‘乾屎厥(간시궐, 이때 乾은 마르다의 뜻을 가진 간으로 읽는다. )’ 즉, 마른 똥 막대기’(정확하게는 똥을 닦아내는 막대기)라는 화두가 유명하다. 이처럼 운문 선사 어록의 특색은 핵심을 찌르는 간단명료한 어구에 있다. 운문 선사는 어록을 남기는 것을 철저히 거부한 사람이었다. 그의 설법은 흘러가는 구름과 같이 막힘이 없었지만 누가 그것을 기록이라도 하면 반드시 야단을 쳤다. 그런데 그의 제자 중 한 사람이 종이로 만든 옷을 입고 그 옷에 몰래 받아 적었기 오늘에 전한다고 한다. 그래서 저서는 따로 없고 그의 말을 기록한 雲門匡眞禪師廣錄(운문광진선사광록)이 전해진다.


* 法擧量(법거량) 선종에서 간화선은 話頭(화두)를 참구 해서 깨침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수행자가 화두를 타파했는지 아닌지, 깨달음을 얻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나 깨침을 얻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종에서는 스승의 認可(인가 – 깨달음에 대한 일종의 공인)를 중히 여긴다. 즉, 스승을 찾아가 자신의 공부, 즉 화두를 타파했는지를 검증받는 것이다. 혼자서 깨달았다는 것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의 방식은 주로 스승과 제자의 문답 형식으로 진행된다. 깨침을 얻었는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法擧量(법거량) 혹은 法談(법담)이라 한다.


법거량을 통해 스승이 제자의 깨침이나 화두 타파를 인정해 주면, 인가를 받는 것이오. 그렇지 못하면,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화두만 제자에게 남겨진다. 법거량은 스승과 제자가 마주 보며 1대 1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중 앞에서 법사와 참가자가 문답을 통해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욕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