暫樂晩時發葵以蝶(잠락만시발규이접)늦게 핀 해바라기, 나비와 잠시 즐겁다.
初謀明天地 (초모명천지) 처음 생각은 세상을 밝히고자,
企跎持兩端 (기타지양단) 우물쭈물 때를 놓쳤네.
有朋尋嫶所 (유붕심초소) 벗이 있어 초라한 곳을 찾아오니,
同知遊徐㣪 (동지유서완) 벗과 함께 천천히 노니려네.
2020년 8월 12일. 아침 등굣길에는 비가 오지 않고 제법 햇살까지 비춰서 비가 끝이 나는가 싶었다. 학교 앞 논둑에 심어 놓은 해바라기 중에 이제야 꽃이 피는 놈을 본다. 다른 해바라기는 이미 씨가 영글고 있는데 이제야 해맑게 꽃잎을 피워 웃는다. 어차피 씨앗을 맺기는 어렵지만 젊은 해바라기는 마침 자신을 찾아온 나비 한 마리와 서로 안부를 묻는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상봉은 꽤 오래 유지되었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난다. 문득 단순히 나비와 해바라기로만 한정하여(‘장자’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스스로 식상하다.) 글을 쓰려니 오전이 다 가고 있다.
학교로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천둥이 치고 몇 번 번쩍이더니 다시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다. 해바라기와 나비는 이제 헤어졌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