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我覺(무아각) 나 없음, 깨달음.
遂然滅盡定* (수연멸진정) 깊은 깨달음에 이르니,
過一切反監* (과일체반감) 지나간 모든 일 비춰보네.
暗中戒後有* (암중계후유) 어둠 속 미혹함을 경계하여,
一魚懸小鐸* (일어현소탁) 물고기 하나 작은 종에 매달았네.
2020년 8월 24일 아침. 며칠 전 촬영한 사진이 내내 머리에 남아 있어 하는 수 없이 시를 쓴다. 사찰에 가면 물고기 형상을 자주 본다. 목어, 목탁, 풍경 끝에 매달린 물고기. 유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많지만 이 글에서는 수행을 게을리 한 수행자가 다음 생에는 열심히 수행하여 무상각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차용하였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우리 모두는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사실 나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로부터 세상이 존재하고 세상으로부터 나의 존재가 확인되기 때문에 결국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하여 나에게 와서 종결할 것이다. 하여 끝없이 반감하고 또 반감할 뿐이다.
* 滅盡定(멸진정): 부파불교에서 없었던 개념이나 이후 불교에서 수행의 단계를 나누면서 생긴 개념. 수행의 단계를 여덟 단계로 나누는데 차원이 높아질수록 번뇌가 정화된다. 이를 八禪定(팔선정)이라고 부른다. 팔선정을 닦은 후 다시 그 위, 가장 높은 자리의 수행 단계를 멸진정이라 불렀다.
* 『장자』 盜跖(도척)에 反監之度(반감지도)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스스로 돌아보아 일정한 법도에 비추어 보는 것임. 즉, 反監은 법도에 비추어 스스로 반성한다는 뜻이다.
* 後有(후유): 열반의 깨달음을 얻지 못한 이가 轉生(전생)을 거치며 받는 미혹의 삶을 말한다. 후세의 有, 즉 유는 전생의 果報(과보)가 있다는 뜻으로, 아직 열반을 이르지 못한 사람이 다음 생에서 받는 몸과 마음을 후유라 한다. 이는 윤회전생을 되풀이하는 존재라는 뜻으로서 결국 미망에 사로잡힌 삶을 반복한다는 말이다.
* 小鐸(소탁):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