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인인가?
나는 내 삶의 주인인가?
오늘은 아이들에게 글을 쓰게 하는 날이다. 아직 중학생이니 긴 글은 쉽지 않다. 수업 시작 전 단어만 쓰는 것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아직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줄 글로 쓰기에 어려움이 분명 있다. 하기야 요즘은 대학생들도 이런 능력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는다. 중학생인 바에야 말할 필요도 없다.
1. 자유인
지난주 철학 수업 시간 중 거의 20분을 할애해서 ‘스피노자’ 이야기를 했지만 아침에 ‘스피노자에 대하여 물어보니 아이들은 웃기만 한다. 잘 알지 못한다는 아주 정중한 표현이며 동시에 약간의 미안함이 묻어나는 예의의 표현이다. 사실 잘 알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한 아이가 문득 “자신의 삶에 주인~~ “이야기를 한다. 눈물 나도록 고맙다. 그 중요한 말을 기억하다니……
내 삶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주인이 가지는 가치 기준의 핵심은 ‘자유’라고 말했고 그것을 잘 보여 준 사람이 ‘스피노자’라고 이야기한 것을 다행히 아이들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뭐 정확한 뜻은 알 수도 없고 또 바랄 수도 없다.
그러면 자유인은 정확하게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어제 울산에서 일어난 화재 이야기를 하면서 집이 불탔는데 제일 안타까운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집주인이라는 답이 바로 나왔다. 그럼 왜 주인이 가장 안타까울까라고 물었더니 자신이 가진 것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왔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럼 여러분이 가진 것 중에서 제일 가치 있는 것은 뭘까? ….
한 참 만에 여러 종류의 물건들이 나오고 이리저리 유도한 끝에 마침내 자신의 ‘삶’이라는 답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것이 곧 나의 것이며, 그래서 ‘내가 내 삶의 주인이다’라는 사실에 도달했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러면 여러분들은 자신의 삶에서 주인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으며 과연 주인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삶의 주인으로 과연 자유인인가? 아이들은 눈만 껌뻑거린다. 답을 바라는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은 잘 알지 못하니…..
2. 질문, 유효하지 않는……
질문지 제목을 ‘나는 자유인인가?”라고 했더니 너무 거창하다. 그러나 그대로 두기로 한다. 질문지에 있는 8개의 질문은 자신이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과연 나는 자유인인가? 를 한 번 확인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아이들에게 질문지를 나눠 주었다.
1.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서 부모님, 선생님들이 싫어하는 일을 쓰시오.
2. 내가 하기 싫은 일 중에서 부모님, 선생님들이 싫어하는 일을 쓰시오.
3.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서 부모님,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일을 쓰시오.
4. 내가 하기 싫은 일 중에서 부모님,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일을 쓰시오.
5.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서 스스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쓰시오.
6. 내가 하기 싫은 일 중에서 스스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쓰시오.
7.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쓰시오.
8. 내가 하기 싫은 일 중에서 해야만 하는 일을 쓰시오.
아이들이 열심히 쓴 종이를 다시 모아 그 자리에서 각 질문에 대한 답을 이야기했다.
아주 간단한 설문이었지만 아이들의 답은 다양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자신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자신보다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의견을 더 고려하고 있었으며 어른들이 생각하는 가치관을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아이들의 답은 개인적인 것이어서 옮기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말 내 삶의 주인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