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수업(18)

by 김준식

제5 절 ‘나’라고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1.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며칠 전에 친구들과 사 먹은 과자가 너무나 맛있어서 혼자서 사 먹었더니 며칠 전 맛이 아니다. 멀리서 보이는 사람이 친구 같아 반가운 마음으로 가까이 가보니 친구와 닮은 사람이었을 뿐 친구가 아니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의 감각을 믿을 수 없을 때가 가끔씩 있다. 그리스 철학자인 피론(Pyrrhon, B.C.365년 ~ B.C.270년)은 이러한 우리의 특징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 말은 앞선 소크라테스의 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소크라테스가 자주 한 말 “우리는 모른다 – 無知(무지)”이다. 흔히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는 감각으로 어떤 사실이 진짜인지를 믿으려고 하는데, 피론에 따르면 우리의 감각도 우리를 속일 수 있기에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피론의 주장을 우리는 ‘회의론(懷疑論)’이라고 부른다. [1]


피론의 회의론을 다시 철학적으로 고민해 본 사람은 16~17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년 – 1650년)였다. 데카르트는 피론의 회의론을 통해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심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한다. 그는 먼저 수학적 명제를 동원하여 나의 존재를 ‘회의’할 때(의심할 때)의 상황을 설명한다. 다음은 데카르트의 설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1+1=2’는 너무나 분명하고 확실하지만 만약 어떤 탁월한 존재(데카르트는 악령, 기만자, 매우 강력하고 교활한 자라고 표현)가 1+1=3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2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절대적인 존재가 2라고 이야기할 때 그 대상인 존재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것이 ‘나’라는 것이다. 즉, ‘나’라는 존재가 있어야만 2든 3이든 뭔가를 속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나’는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데카르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그의 책 '성찰'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2]

“어떤 탁월한 존재가 있어서 그가 가진 사악하고 강력한 힘을 이용해서 ‘나’를 속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가 나를 속이려 한다면 나는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즉 데카르트는 내부적 원인에 의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나’를 증명하기보다는 외부적 원인을 동원하여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2. 정신, 그리고 육체


생각하는 나는 정신적인 ‘나’를 말한다. 그러면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머무르고 있는 곳은 어딜까? 앞서 이야기한 1+1=2가 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생각이라는 작용이다. 또 빨간색, 노란색 등 색을 구분하고 부드럽고 거친 것을 구분하는 작용을 우리는 감각이라고 부른다. 즉 감각이 통해야만 생각이 이루어지는데, 이 감각을 담당하는 것을 우리는 육체라고 부른다. 꽃을 보고 색깔과 향기를 맡으며 특정한 장소와 시간을 생각해내고 그것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육체와 정신이 서로 도움을 줌으로써 일어난 일이며 그것이 ‘나’라는 존재가 확인되는 순간인 것이다.


정리하자면 정신적인 작용은 육체적인 작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역시 육체적인 작용은 정신적인 작용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지는데 그 작용이 이루어지는 객체가 육체인 것이다. 따라서 육체는 정신과 분리하여 존재할 수 없고 동시에 정신은 육체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3. 존재론(Ontology)


중학교 과정에서는 다소 어려운 주제들이어서 간략히 소개만 한다. 존재론이란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서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하여 중세 스콜라철학, 그리고 근대에 이르러 데카르트에서 희미하게 읽히다가 데카르트 이후 독일의 크리스티안 볼프에 의해 탐구되었다. 그 후 칸트, 헤겔을 거쳐 하이데거에 와서 존재론은 확장되었고, 하이데거 이후 들뢰즈에 의해 존재론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제2 장에서 우리는 존재론을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다.)


[1] 회의론: 영어 skepticism, 여기에서는 철학적 회의주의만을 이야기한다. 일반적 분야 이거나 특정한 분야들에서 절대적인 지식과 진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개념에 대해서 체계적인 의문을 던지는 비판적인 태도이다.


[2]《제1철학에 관한 성찰》라틴어 (Meditationes de prima philosophia)은 르네 데카르트가 라틴어로 집필하여 1641년에 처음 출간된 형이상학에 관한 저서이다. 위키백과사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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