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중학교 철학 수업(22)

by 김준식

오늘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한 시간만 철학 수업을 했다.


수업을 마치고 오면 언제나 후회와 반성, 그리고 이기적인 마음이 물 밀듯이 몰아친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이 또한 수업의 일부분이기는 하다. 오늘은 드디어 ‘실존’에 대하여 이야기한 날이다. 실존이라는 개념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존재’와 ‘존재자’를 아주 길게 이야기했다. 더불어 ‘현존재’를 이야기하면서 ‘실존’이라는 비좁은 문틈을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에게 실존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것은, 비유하자면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수평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손에 잡히지 않는, 그리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다양한 방편으로 현재의 자신을 보게 만들자는 것이 ‘실존’의 학습이요 동시에 이 철학 수업의 목적이기도 하다.


오늘은 앞 시간의 ‘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복습하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이야기를 조금 해 주었다. 데미안의 이야기가 ‘실존’이라는 거대한 명제에 다가서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동양적 ‘존재’의 개념을 이야기하면서 ‘無’와 ‘有’의 개념도 이야기했다. 물밀듯이 몰아치는 이 생소하고 난해한 이야기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면, 가끔은 꿈에서 조차도 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가 있다. 반드시 알려 주어야 할 책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선생이라는 관행과 습관이 나를 그렇게 강박으로 몰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 시간에는 ‘존재자’인 아이들 자신이 ‘존재’한다는 근거를 생각하고 써 볼 예정이다. 여기에 ‘현존재’ (자신의 ‘존재’를 유일하게 질문할 수 있는 ‘존재자’) 로서의 인간인 아이들 자신의 ‘존재’ 상황도 써 볼 예정이다. 데미안을 읽고 생각나는 것을 다음 시간에 이야기하면 간단한 상품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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