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중학교 철학수업(23)

by 김준식

오늘은 중간고사 기간이라 철학 수업이 없다. 수업이 많은 선생님들은 이런 일이 청량제처럼 다가오지만 일주일에 이 수업만 있는 나는 괜히 마음이 무겁다.


철학이라는 매우 난해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로 아이들과 소통한 지도 이제 7개월에 접어든다. 이렇게 철학 수업을 시작한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중학교 과정에서 철학 과목을 정규 교과목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논의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중학교(1~3년) 전 과정에 반드시 편성해야 하는 필수 교과(단 성적에는 산입 하지 않는)로 만드는 일은 사실 만만한 일은 아니다. 반대도 많을 것이고 무엇보다 국가 교육과정의 큰 틀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둘째, 철학 수업(교과)을 통해 아이들에게 순수하게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주자는 것이다. 지금의 모든 교과처럼 평가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결과를 산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주일에 단 한 번만이라도 오로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난관이 많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 어려움은 조금씩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나는 믿고 있다.


지난 7개월 동안 우리는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작은 배를 띄워 상식의 항구를 떠나 철학의 바다에 항해를 시작하였다. 지금 아이들은 자신이 그 바다에 있는지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아직 바다는 잔잔하고 날씨는 무난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세계와 철학의 바다를 오가며 뭔가 알 수 없는 두려움, 황당함을 느꼈을 것이다. 아직은 자신의 의사를 드러낼 수 없는 아이들도 있다. 또 어떤 아이는 자신의 높은 벽에 갇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철학의 바다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지적인 능력과 어쩌면 무관할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철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 방면에서 탁월한 존재가 되려는 잠재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를 자주 좌절시킨다. 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특정 학문을 정복 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스스로의 영역을 수평적으로 확장하려는 것일 뿐이다. 아이들에게 철학 교육을 시킨다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아이들이 철학을 공부하여 그 방면의 탁월한 능력자가 되기를 바라는 잠재의식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결코 아니다. 우리는 그저 아이들이 철학을 작은 부분이라도 배우고 익혀서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이 조금은 평화롭고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역시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다른 사람들, 집단과 좋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바랄 뿐이다. 우리는 결코 철학자를 만드는 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다.


관심이 많아지면 부담스럽지만 이미 그 정도는 예상한 일이다. 앞으로 변함없이 천천히 그리고 담담하게 항해할 것이다. 바다는 언제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