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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Dec 09. 2020

대롱을 통해 보니......

管見*


昨夜甚寒候 (작야심한후) 지난밤 냉기 심하더니,

霜針生寶蓋 (상침생보개) 서릿발, 광대나물에 돋았네.

山下冬鳥蹲 (산하동조준) 산 아래 겨울새 웅크리니,

涬溟失混垓*(행명실혼해) 혼돈의 도는 어지러이 경계를 잃고.


2020년 12월 9일 아침. 지난밤 공기가 차더니 겨울 아침 세상에는 서리가 가득하다. 보개초(광대나물)는 사계절 내내 꽃 피고 새 잎 돋아나지만 이 겨울에도 쉽게 죽지 않고 녹색의 잎을 키우고 있다. 그 위에 서릿발 가득하다. 요즘 세상일은 너무나 어수선하여 나의 견해로는 해석이나 판단이 어려워 보인다. 결국 자신들의 욕망을 이루려는 것인데 그것을 ‘정의’니 ‘독선’이니 하는 말로 편 가르기를 한다. 어차피 더해보면 남는 것은 없다. 다만 겨울 아침 서릿발을 보며 변함없는 질서와 순행을 볼뿐이다. 


* 管見(관견): 자신의 욕망과 관심이라는 좁은 대롱(竹筒)을 통해서만 사물을 보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사태의 다른 측면은 보기 어렵다. 동시에 전체를 헤아리기는 불가능하다. 사람들에게 세상은, 모두 자신과 관계있는 것으로만 존재한다. 따라서 자신의 욕망과 관심이라는 색안경을 통해서만 사물을 보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스님이 ‘조주’에게 물었다. 

“두 용이 여의주를 두고 싸우는데 어느 쪽이 여의주를 얻겠습니까?”

‘조주’가 말했다.

“노승은 그저 대롱으로 볼뿐입니다.”


* 涬溟(행명): 『장자』 在宥에서 우주의 근원의 氣를 의인화하여 가공한 인물인 鴻蒙(홍몽)이 구름을 의인화하여 가공한 인물인 雲將(운장)에게 道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말한 ‘혼돈의 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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