可笑
流雲冬寂寞*(류운동적막) 구름 흘러가니 겨울은 적막하고,
虛影隨意散 (허영수의산) 빈 그림자 마음 따라 흩어지누나.
樹樹已不見*(수수이불견) 나무들은 이미 보이지 않지만,
霧盡遠山憺 (무진원산담) 안개 걷히니 먼 산 편안하여라.
2020년 12월 2일.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면서 문득 든 생각을 급히 옮겨본다. 세상 일이 곧 내일이고 내 일이 곧 세상 일이라지만 이즈음의 세상 풍경은 너무 어이없는 일이 많아 외면하고 싶어 진다. 이 땅이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젠 거의 제정신이 아닌 듯 보인다. 대한민국의 변방 어느 촌구석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낙으로 사는 내가 세상 일에 뭐라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마치 삼류 조폭 영화들처럼 움직이고 말한다. 그 모양을 증폭하고 미화하는 온갖 저질 황색 언론을 보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아주 신나는 관객이 된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는 그들의 행동과 태도, 그리고 그 패악질의 피해 당사자가 될 터인데 남 일처럼 웃고 즐긴다. 안타깝다.
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똑바로 뜨고 호흡을 정돈하여 세상 일을 마주하니 안개 걷힌 산이 다만 평안하다.
* 楊萬里(양만리)의 시를 차운함. 양만리는 중국 남송의 시인으로서 매우 성실하고 고매한 인품의 학자였다. 그는 4000천 수 이상의 시를 지은 남송 4대가 중의 한 사람이다.
* 李日華(이일화)의 시에서 이미지를 용사함. 이일화는 명나라 말엽의 학자로서 동시에 화가이자 시인이었다. 특히 그는 화론(요즘 말로 한다면 미술 비평) 가로 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