斗垠文香
從諗在處處*(종심재처처) 조주 선사는 곳곳에 있어,
遠聞喫茶去*(원문끽다거) 멀리 “차 한잔 해라” 들리는 듯.
自寂�茗香 (자적인명향) 차 향기 퍼져 홀로 고요하니,
不羨冷蒙頂*(불선냉몽정) 몽정의 청아함 부럽지 않네.
2020년 12월 18일 오후, 오래 기회를 보다가 진주 문고 여태훈 대표임을 찾아뵈었더니 차를 한 봉지 주신다. 지난해에도 대책 없이 받아 아무런 인사도 드리지 못했는데 올해도 받았으니 미숙한 재주로 시를 한 편 올릴까 한다.
* 從諗은 조주 선사의 법명이다.
* 喫茶去: 끽다거 ‘차나 한잔 마시라’라는 뜻이다. ‘喫茶’는 차를 마시라는 말이고, 去는 명령형 조사이다. 중국 당나라 조주(趙州, 778~897) 선사의 선문답에 유래된 말이다. 조주 선사가 ‘차나 한 잔 마시라’고 한 것은 꾸지람으로서, ‘너의 주인공은 어디에 두었느냐? 정신 차려라’ 하는 뜻이다. 꽤 까다로운 공안에 속한다. 이미 득도한 조주 스님에게 이런저런 도에 관한 것을 물으니 답할 게 없다. 그러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차나 한잔 마시고 가라. 네가 묻고 싶고, 듣고 싶은 말은 너 속에 다 있는데, 엉뚱한 곳에 와서 묻고 찾으려 하느냐 하는 말이다. 茶禪一味, 茶禪一如의 극치를 보여준다. 지금 불가에서 차를 마시는 것은 조주의 뜻으로부터 많이 멀어졌는지도 모른다.
* 추사가 초의 선사에게 차를 부탁하면서 예시로 든 중국의 명차 이름이다. 蒙頂과 露芽는 차 이름인데 몽정은 지금의 쓰촨 성(四川) 몽산의 정상에서 나는 차로서 중국 제일의 명차로 인식된 차이며 노아는 짱 슈 성 동남 방산에서 나는 차 이름으로서 명, 청 시대의 중국 최고의 차로 이름이 높았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