爪月(조월)
窮理不及顯*(궁리불급현) 이치를 궁구함은 드러냄에 미치지 못하고,
但對繫實相*(단대계실상) 다만 마주 하니 실상에 머물러있구나.
光拒雖歉然 (광거수겸연) 빛이 가려 이지러졌지만
彌彌奐無相*(미미환무상) 두루두루 마음속에 빛나고 있음이니.
2020년 12월 17일 초저녁. 동짓달 초 사흘 달이 지평선 위에 겨우 걸려 있다. 달은 둥글어도 예쁘고 저 모습도 너무나 매혹적이다. 눈썹달(眉弧月)로도 불리는데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에 달은 이미 하나의 자연현상 이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이다. 수많은 시인들이 달을 품어 시를 썼고 수많은 사진이 저 달을 아름답게 묘사하였지만 아직도 여전히 저 달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것은, 달은 이미 단순한 자연현상의 경계를 넘어 독자적 관념 체계인 것이다.
문자로 된 격물의 이치를 아무리 궁구 하여도 현실의 저 달 빛과 견줄 수는 없다. 하여 달은 실상이다. 자전과 공전에 의해 가려지고 드러남을 반복할 뿐, 우리 마음속엔 항상 둥근달이 환하다.
이 땅의 모든 복잡한 현실과 엄중한 역병 속에서도 이 초저녁 하늘의 달을 바라보는 마음 하나 있다면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窮理: 이치를 궁구 한다는 뜻인데, 이른바 格物致知이며, 그 방법으로서는 博學‧審問‧愼思‧明辨‧篤行을 들었다. 그리고 이때의 이치는 일상생활 속에서 마땅히 실천해야 할 도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격몽요결)
* 實相: 불변하는 진리의 참 모양. 空과 같으며 동시에 無相이다. ‘존재의 본질’ 혹은 ‘존재의 본성’ 등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 말이다. 진실 자체의 모습이라는 기본적 의미로부터 평등의 실재, 불변의 이치를 뜻하며, 모든 존재의 근본 이치가 되는 성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자체로 진실하고 언제나 있어서 眞如라고도 한다.
* 無相: ‘상’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허상을 말한다. 즉 우리들의 생각인 想이 마음 밖의 대상으로 실재한다고 착각하는 것이 相이다. 그리하여 무상은 ‘相 속에 있으면서도 相을 떠나는 것’이다. 말하자면 모든 경계에서 집착을 떠난 것이 무상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은 본래 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