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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an 01. 2021

마주하다.

凡物並峙(범물병치) 마주하다


乘氣飛萬里 (승기비만리) 기운을 타고 만리를 날았으니,

白見交熹悲 (백견교희비) 분명 슬픔과 기쁨이 마주함을 보았겠구나.

寒風何起處*(한풍하기처) 찬 바람은 어디서 일어나나?

又次積庚亹 (우차적경미) 또 부지런히 나이만 드는데.


2021년 1월 1일 오후 10시 18분. 또 한 해를 시작했고, 그 한 해의 첫날을 보냈다. 내가 이렇게 보낸 세월이 얼마던가? 그렇게 보낸 세월 속에 마주했던 모든 일들, 어쩌면 하늘을 나는 새들은 우리의 그 모든 슬픔과 기쁨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매년 하는 다짐과 약속, 그리고 포부는 언제나 연말이 되면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으로 변해 있다. 차라리 그 어떤 약속도 다짐도 없이 평온하게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한풍은 다만 '찬 바람'으로 풀이되지만 좀 더 의역하자면 세상의 모든 시름이나 고통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우리에게 닥쳐오는 세상의 모든 변화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 惲壽平(운수평, 1633-1690)의 畵題詩 한 구절을 차운함. 운수평은 중국 청나라 초기, 꽃을 잘 그린 화가. 일찍 과거시험을 단념하고 그림으로 생계를 이으며 평생을 보냈다. 산수화가로서도 유명하나 중년 이후 화훼(꽃) 전문으로 옮겨 출신지의 상주 草蟲畵(초충화)의 전통을 밟은 沒骨法(몰골법- 윤곽선 없이 색채나 수묵을 사용하여 형태를 그리는 화법.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을 완성시켜 이후의 화조화에 영향을 주었다. 대표작은 『산수화훼화책』 등이 있다. 


* 사진은 2018년 1월 주남 저수지에서 촬영. (구글링을 해 보니 내 사진이 떠 돌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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