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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r 11. 2021

틈새에서 꽃 피우다.

發花路上隙 (발화로상극) 길바닥 틈새 꽃 피다.


春來世寓不致中 (춘래세우불치중) 봄 와도 세상 살이 마음 같지 않으니,

罷倦轉拙神不審 (파권전졸신불심) 정신조차 흐릿하여 맥 없고 서투르구나.

彼花乘剋去苦寒 (피화승극거고한) 지난 추위 이겨낸 저 꽃,

了義說於通達位*(요의설어통달위) 참된 경지에서 진리를 말하는데.


2021년 3월 11일 아침나절. 학교 현관 앞 쪽, 햇살 잘 드는 곳에 팬지가 피었다. 지난해 현관 앞에 둔 화분에서 만들어진 씨앗이 보도블록 틈새에서 겨울을 나고 기온이 따뜻해지니 꽃을 피운 것이다. 진리란 이런 것이 분명하다. 몸을 굽혀 진리를 마주한다.   


* 五位(오위): 유식불교에서 수행의 과정을 다섯 단계로 나눈 修道5位(수도 5위)를 말함. 

1) 資糧位(자량위): 깨달음을 실제로 체험하기 위해 수행에 필요한 복덕과 지혜를 쌓는, 선근과 공덕을 쌓는 준비단계로서, 나와 네가 서로 짝으로 존재하고 상대적이고 의존적이라는 진리를 머리로 깨달은 상태다. 

2) 加行位(가행위): 가행이란 힘을 더해 더욱 정진한다는 의미로서 실질적인 唯識修行(유식수행)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가행위는 본격적으로 노력하는 단계로서 인식의 주객이 본래 존재하지 않음을 통찰해 현상을 나와 너,또는 나와 대상으로 분별해서 받아들이는 정신적 습관을 자각하고, 그러한 습관을 제거하는 훈련을 닦아 나가 어디에도 안주하지 않는 참된 유식의 도리를 깨닫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번뇌가 없는 지혜를 얻기 위해 모든 대상과 그것을 인식하는 주관은 모두 허구라고 주시하는 단계이다.

3) 通達位(통달위): 비로소 無漏智(무루지; 변함없는 진리)를 얻어 진여의 이치를 체득하는 단계. 즉, 번뇌가 없는 지혜로써 우주의 진리를 체득하는 단계이다.

4) 修習位(수습위): 번뇌가 없는 지혜로써 우주의 진리를 여러 번 되풀이해 체득하는 단계이다.

5) 究竟位(구경위): 최상의 깨달음에 도달한 부처의 경지이다.


* 了義(요의): 명백하게 풀이된 궁극의 참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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