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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ik Apr 09. 2020

인생을 달리는 기분처럼

가져와 bring the pain (BTS, ON 가사) 

오늘도 달리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코로나 19로 인해 6년 동안 다녔던 헬스를 잠시 멈췄다. 운동은 하고 싶었고 홈트레이닝은 적성에 맞지 않아 결국 밖으로 뛰는 러닝을 선택했다. 퇴근 후 곧장 집으로 향했고 도착 후 빠르게 러닝 복장으로 환복 했다. 그리고 물 한 모금을 마시고 거울을 본 후 밖으로 나갔다.


집 주변 한강까지 15분 정도 걸어가면 당산역 밑에 한강으로 가는 개미굴이 보인다. 어둑한 밤에 빛이 보이는 터널같이 생긴 곳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모두 한강으로 향하는 사람들이었다. 나와 같이 러닝 복장을 한 사람들도 있고 후드티와 트레이닝 바지를 셋업으로 입으신 집 앞 슈퍼 가는 옷차림새로 나오신 분들도 여럿 존재한다. 

또한, 반려견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나오셔서 환하게 지나가시는 분들도 많으시다. 다들 답답한 마음으로 집에 나와 밖으로 나온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속으로 생각해본다.


러닝을 시작하기 전 애플 워치(나이키 모델)로 NRC 앱을 켠다. 러닝 시간과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서 애플 워치를 켜고 시작한다. 그리고 양쪽 귀에는 에어 팟을 착용한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기 때문에 유튜브 뮤직이 공짜다. 유튜브 뮤직에 등록해놓은 러닝 트랙을 재생한다. 그리고 간단한 스트레칭과 얼어붙은 몸을 위해 공기 한 모금 마시며 긴장을 푼다. 모든 달릴 준비가 되었다. 쓰리, 투, 원, 달리기를 시작한다.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 상쾌한 기분으로 가볍게 달렸다.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웠고 운동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 꽤 만족스러움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 3분이 되었고 어느덧 입에서 뿜어내는 숨은 헐떡였고 바닥에서 전달되는 힘이 다리로 느껴졌다. 종아리로부터 전달되는 힘듬이 뇌로 전달된다. 속으로 생각한다. 그만할까? 그렇게 5분이 되었다고 애플 워치가 알려준다. 고작 5분밖에 안됨을 알고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다시 러닝에 집중한다.


애플 워치 덕분에 중간에 얼마큼 거리를 달리는지 알 수 있다. 목표는 8km로 설정했다. 4km 지점에 도착하는 알림이 울리기까지 앞만 보고 달렸다. 에어 팟을 끼고 들었던 음악들이 어느새 들리지 않았다. 노래를 틀었지만 노래가 들리지 않았다. 신기했다. 거친 나의 숨소리만 느껴진다. 그때 애플 워치가 알려준다. 


사 킬로미터!


중간 지점에 도착했다. 직진으로 달리던 코스를 돌아선다. 그리고 잠깐 멈추고 공기를 마신다. 온몸에 열이 일어난 걸 알 수 있고 머리에서부터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눈을 가리는 땀만 닦은 뒤 또다시 달린다. 아직 4km가 남았다. 언제 4km나 뛰었나 속으로 생각하지만 아직 4km나 더 남았다. 다시 러닝 시작!


처음 달렸을 때보다 몸은 준비가 되어 있기에 달리는 것이 어렵지 않다. 유튜브 뮤직의 노래로 BTS 'on'이 나온다. 

"가져와 bring the pain oh yeah" (Eh-oh)
"올라타 봐 bring the pain oh yeah" (Eh-oh)


bring the pain....(oh-eh)


고통스러운 나를 알아주듯 노래 가사는 고통을 가져오고 올라타기까지 하라는 악을 전달해준다. BTS보다 나이로는 형이지만 잘생기고 인기도 많기 때문에 형이라 생각하고 그들의 가사를 믿어본다. 다시 달리기에 집중한다. 시간은 어느새 20분이 지났다. 아직도 내가 시작했던 개미굴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3km가 남았다. 이 때는 무아지경이다. 입 밖으로 나오는 날숨과 들숨 만이 들린다. 숨이 차면서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달리기가 힘들지 않다. 그냥 달린다. 어떤 생각과 의식의 흐름이 없다. 앞만 보며 달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애플 워치의 8km 알림만을 기다리며 계속 달린다. 개미굴의 불빛이 보인다. 도착지에 거의 도착했다. 1km, 500m, 300m, 200m, 100m.... 도착!


힘든 숨을 반복적으로 쉬면서 온 몸에 땀이 흘렀음을 느낀다. 그리고 애플 워치에 8km를 확인하고 이제야 안심을 한다. 러닝을 완료했다. 목표했던 8km를 달렸고 오늘의 달리기를 마무리했다. 뿌듯하고 대견한 나의 모습에 살짝 감동을 한다. 그리고 이내 뭔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 할 수 있다! I can do it! just do it! 나이키 짱!



코로나 19로 인해 얻은 것이 있다면 한강 러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헬스장은 문을 닫았고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달리기가 최적이었다. 달리기를 하기 전 열정이 넘치고 목표를 이룬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 하지만 그 열정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한다. 달리는 순간부터 몸에서는 서서히 열이 나고 숨이 차며 다리로 고통이 전해져 온다. 그런 아픔의 순간에는 머릿속에 순간 이유를 찾는다. 달리기를 내가 왜 해야 하지? 와 같은 질문을 속으로 한다. 질문에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다면 다음의 질문이 또 찾아온다. 내가 과연 8km를 뛸 수 있을까? 아, 안될 것 같은데.. 5km만 뛰자 등 본인과 스스로 타협을 시도한다. 이런 위기의 순간을 버티면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냥 뛴다. 지금껏 뛴 것이 아까워서라도 앞으로 남은 트랙을 악으로 깡으로 달린다. 이 지점이야 말로 고통을 가져왔고 올라타는 그 순간이다. 

   

인생이 참 달리기와 같다. 힘든 순간이 찾아오고 나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나의 인생은 앞을 향해 달린다. 어려운 순간이 항상 닥치고 고민도 많아지는 시간도 분명히 온다. 하지만 그때도 우리는 앞으로 달린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달리는 와중에도 음악의 가사를 느낄 수 있고 나의 상태를 확인할 수 도 있다. 그리고 죽을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어느 순간 달리는 순간의 즐거움이 찾아온다. 그 순간의 상태가 계속 지속되는 것이 어찌 보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달리기를 완주하고 그동안 달려왔던 거리와 기록을 보면 자신감이 생기듯이 내가 살아온 나의 인생도 훗날 돌이켜보면 후회보다 자기만족으로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밖의 공기로 인해 기분이 좋아진다. 달리기를 준비할 때는 운동복을 입은 나의 모습도 맘에 든다. 달리는 순간에 고통이 한 번에 찾아오지만 이내 속으로 안정과 평온을 되찾는다. 그리고 잡생각이 없어지는 순간부터 몸의 고통을 이겨내고 올라 태운 다음 정해진 목표만을 향해 달린다. 인생도 이와 같다. 세상에 축복받으며 탄생했고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를 사랑하고 나를 알아간다. 살다 보면 아픔과 시련이 자주 찾아오지만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채고 우리는 그 고통을 가지고 다시 한번 살아간다. 달리기도 목적지가 존재하듯이 인생도 목적지가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그 순간 끝까지 달려온 스스로에게 지금까지 달리기를 하는 동안 기분 좋았던 순간들이 떠오르길 바란다. 








사진출처 : https://unsplash.com/s/photos/running

사진출처 : https://publy.co/content/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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