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한 프랑스인들을 생각하며.
프랑스는 멋이 있다. 그리고 명품의 본 고장이기도 하다. 지방시,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등 수많은 명품 브랜드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그만큼 예술에 대한 이해가 높고 역사가 깊다. 그런 멋이 있는 프랑스의 사는 사람들, 파리지앵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인생을 살고 있을까? 궁금했다.
조승연 작가님의 20번째 작품 '시크:하다'는 프랑스의 멋과 인생관을 이야기해준다. 본인의 프랑스 유학시절을 경험하며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프랑스의 풍경을 이 책에서는 멋지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파리지앵들은 다소 이기적이고 까칠하지만 그들은 그들 자신의 인생을 매우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행복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다. 모든 프랑스인들이 똑같이 살지 않겠지만 그들의 가치관과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내가 만난 프랑스인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성공했다'는 '실패했다'는 하는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였다. 그야말로 시크했다.
나에게 프랑스는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한 곳이었다. '지단의 나라', '파리 생제르망 FC', '에펠탑', '프랑스 개선문'등 다양한 볼거리와 역사가 있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하나의 물건, 장소일 뿐이다. 국가를 알고 역사를 알기 위해선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보고 듣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조승연 작가님의 시크:하다는 나에게 프랑스를 잘 알게 해 준 책이다.
하지만 이 모든 실험 끝에 프랑스 사람이 알게 된 것은 '인생에서 성공이라는 것은 없다'이다. 오히려 앞서 말한 벨기에 코미디언 다보스처럼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그 배고픔 자체가 인생이라는 것을 알고 즐기는 것이다.
어떤 목표를 이루는 것으로 내 인생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먹고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떨까? 어쩌면 프랑스인은 진짜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하려고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이고, 진짜 행복한 인생은 행복이란 것을 믿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충실한 인생일 수 있다는 결론을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것은 아닐까?
프랑스의 사는 사람들, 파리지앵의 가치관과 생각들이 마음에 든다. 그들은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에 집중한다. 진짜 행복을 갈망한다. 그들은 주관이 있다. 남이 정해준 주관이 아닌 본인이 스스로 정한 주관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그들은 거침없고 용감하다. 그들이 멋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도 나의 인생을 파리지앵처럼 생각하고 행복을 추구해보는 건 어떨까?
내 인생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똑같이 오래된 낡은 집에서 살면서 '초라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고풍스럽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생이 같지 않다. 이사를 여러 번 다닌 것을 '집 없는 자의 설움'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유목민같이 자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인생은 분명히 다르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주관적이다. 그리고 그 주관은 끊임없이 돈이 없으면 초라하고 권력이 없으면 억울해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외에 우리가 들이밀 수 있는 최고의 방패다. 내가 만난 프랑스인의 주관은 매우 선명하고 강했다. 그들은 남이 불편해하건 말건 그 주관을 표현하고 지켜나가는 데 거침없고 용감했다. 나는 한국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지혜는 프랑스인의 '주관'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출처 : https://boom-ing.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36&cate_no=80&recommend_typ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