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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ik Jun 09. 2020

왕관도 싫고, 무게감도 싫어요.

슬기롭게 회사 생활하고 싶어요.

회사에서 한 부서의 책임자를 맡은 지 4개월이 지나간다. 처음에는 책임자라는 자리가 어색했다. 아직 직급은 대리이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색함을 느낄 틈도 없이 자리에 걸맞은 책임감을 부여받았다. 쏟아지는 업무의 양을 받아내며 혼자만의 힘으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극적으로 신입사원으로 부사수를 받게 되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쨌든 신입사원과 나는 한 업무를 맡아 앞으로 몇 개월간 업무를 유지하는 서약을 한 셈이다. 부사수가 들어온 뒤로 업무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옆에 앉아있는 부사수에게 업무 안내를 해야 하고 쏟아지는 질문들과 전화를 동시에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나의 업무를 채우기 위해서는 야근이 필수였다. 프로 칼퇴러였던 나의 부사수 시절을 뒤로 한채 나는 일에 쫓기는 야근러가 된 것이다.


부사수 시절에 칼퇴를 못하는 게 싫었다. 억지로 남아서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업무를 저녁까지 이어서 하는 문화가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그래도 꿋꿋이 지금까지 야근을 참아내며 나는 결국 책임자 자리에 앉았다. 이런 내가 옆에 앉아있는 부사수에게 야근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항상 옆에 앉아 있는 부사수의 퇴근 시간을 챙겨준다. 슬기로운 퇴근 문화를 같이 만들기 위해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버텨라"

셰익스피어가 권력에 집착하는 헨리 4세를 꼬집으며 한 말이다. 왕관을 쓴 자는 명예와 권력이 있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다. 그만큼 한 무리에서 리더를 맡은 이는 자리에 맞는 책임감과 무게감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의 책임자 자리를 원하지 않았다. 왕관을 쓰고 싶지도 무게를 버티고 싶지도 않은 회사 생활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업무의 책임자가 되었고 무게감과 책임감이 느껴지는 최근의 회사 생활이다. 어떠한 권력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맡은 바 책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다. 부사수와 함께 상하관계로 일하고 싶지도 않다. 왕관을 2개로 쪼갤 수만 있다면 나눠서 쓰고 싶다.(무게도 같이 나누고 싶다) 


책임감에 의해 야근을 생각하는 내가 어색하다. 하지만 이 또한 성장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하루의 연속이지만 언젠간 과거를 다시 생각했을 때 성장의 시간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어떤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 일을 하지 않고 싶다. 다만, 나와 내 옆에 앉아있는 동료와 함께 슬기롭게 성장의 시간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버텨라


사진출처 : https://www.ytn.co.kr/_ln/0101_201806130637317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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