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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ik Jan 04. 2020

회사원에게는 숙제 같은 '진급'

지난 몇 년간에 보이는 경쟁의 결과물

2020년 새해가 밝았다. 

회사에서는 새해 승격 인사가 있었다. 

대리에서 과장으로 올라가고 차장에서 팀장으로 올라가는 팀원급 정기 인사였다. (임원은 전 주에 발표되었다)


승격 인사가 발표되기 전 대상자들은 긴장했을 것이고 옆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덩달아 긴장했었다.

오후 늦은 시간 승격 인사가 발표되었다. 한 파티션에서는 축하 인사가 있었고 다른 파티션에서는 다른 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렇다. 모두가 승진을 하지 못했고 희비가 엇갈린 반응이 같은 장소에서 일어났다.

 

불행히도 내가 속한 파티션에서는 아쉬움과 탄식이 존재했다. 나와 같이 일하시던 승격 대상자이신 차장님이 이번에도 떨어지셨다. 몇 년째 승격에 도전하셨지만 이번에도 낙방이 되었다. 승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우리는 예약해두었던 소고기집을 돼지 고깃집으로 바로 예약 변경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돼지 고깃집에서 승격 대상자셨던 차장님을 위로했다. 매우 슬픈 2020년 첫 영업일 저녁이었다. 



'진급' 또는 '승격'은 회사원에게는 숙제와 같다. 본인이 바라든 바라지 않든 간에 때가 되면 대상자가 되어 있다. 실력의 상승과는 상관없이 때에 맞추어 오는 숙제다. 자의든 타의든 회사원에게는 상사의 평가 또는 동료들의 평가가 진급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우리는 남이 주는 평가로 나의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우리는 우리의 숙제를 본인이 하지 못하고 남이 답을 주는 숙제를 하고 있다. 이걸 회사를 다니는 동안 지속적으로 숙제를 해야 한다. 본인의 숙제인데 왜 남에게 답을 요구해야 할까?, 나를 비롯해 읽고 계시는 독자들도 지금까지 남들의 평가에 의해 나 자신의 위치가 결정되는 문화에서 생활하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경쟁의 시대에서 대학교까지 끝나지 않은 과제와 숙제들이 그렇다. 그리고 회사원이 되면 숙제가 생활이 되는 삶을 산다. 그게 나와 같은 회사원의 현실이고 보고 배우고 있는 사회생활의 한 단면이다.

드라마 '미생' 중 명대사

우리 팀의 차장님은 유력한 승격 대상자 이셨다. 하지만 승격을 못했다. 그 이유는 본인보다 급한 선배가 있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이유 같지만 이 곳에서는 조선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서열 문화가 존재한다. 맡은 바 업무의 대한 실력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때가 되었기 때문에 승격이 된 것이다.(물론 실력도 있으셨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공정하지 못했다. 누구보다 고생했고 어떤 이보다 인정을 많이 받고 했지만 단순히 서열이 먼저라서 승격과 진급을 결정하는 문화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회사에서는 이런 문화로 결정이 나는 부분이 많다. 참으로 안타깝다.


필자도 곧 서열이 되었다는 이류 승격 대상자 명단에 올라갔다. 원하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만든 '승격 예비 명단' 제목의 엑셀 안에 나의 이름이 존재했다. 이제 나에게도 남들이 답을 주는 숙제를 해야 될 때가 온 것이다. 주변에서 벌써부터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하신다. 그분들 눈에는 내가 숙제를 못할 것이라는 잠재적인 의식이 존재하는 것 같다. 분명한 건 나도 언젠간 숙제를 완료할 것이다. 그러나 남들이 주는 평가로 나의 숙제를 채점하고 싶지 않다. 내가 직접 채점하고 내가 100점이라고 생각했을 때 숙제를 내 손으로 마치고 싶다. 그리고 숙제를 빨리 하고 싶지도 100점 만점으로 하고 싶은 생각도 많지 않다. 그냥 스스로가 인정할 때 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http://bit.ly/36nZHW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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