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곳이다.
2018년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법으로 도입된다고 하였을 때 나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명시적으로 법만 만들어지고 실행은 못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나의 예상과는 반대로 법은 만들어졌고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실행 안을 만들어 지금까지도 실행하고 있다.
이 '근로기준법' 덕분에 몇 년간 의미 없는 일찍 출근과 늦게까지 눈치 야근하는 문화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내가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일찍 출근하는 것이 '성실함'에 대한 반증이었고 늦게 퇴근하는 것이 '실력'에 대한 입증이었다. 예전부터 의미 없는 야근을 하는 것이 싫어 눈치 보며 일찍 퇴근했지만 그 시간도 저녁 9시가 평균이었다. 퇴근 후 운동하고 집에 가면 하루가 지나가는 반복된 삶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 52시간이 생기면서 PC가 켜지는 시간이 8시간(또는 9시간)으로 정해졌고 시간 내로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문화가 바뀌게 되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우리 부서 사람들 모두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일찍 퇴근하는 문화가 잡히게 되었다.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회사이다. 칼퇴가 보장되지 않은 회사였다.
하지만 법과 실행 안이 생기면서 야근이 없어졌다. 칼퇴가 보장되었다.
그리고 근무 시간에 집중하게 되었고 퇴근 후 삶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이제야 근무 시간 외 본인의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고 최대한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었다. 회사에 오면 야근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살아 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오래 앉아있어야 한다고 배워왔다.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소위 잘 나가는 선배가 "너 자신을 버려야 회사에서 잘 나가"라고 충고해줬다. 그 당시에도 굉장히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었지만 그냥 분위기상 고개만 끄덕였다. 자신을 버리면서 까지 회사에서 잘 나가야 하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도 이해가 1도 되지 않는다.
세상이 변했다.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나 자신을 버리지 않아도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있다. 아직 멀었지만 조금씩 변화되고 있음을 많이 체감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나는 나를 버릴 생각이 없다. 그리고 나의 시간을 주 52시간 이상으로 투자하고 싶지 않다. 주 52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나를 위해서 사용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 저녁 6시에 칼퇴근을 준비한다. 나를 위해서
"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저를 위해서요)"
사진출처 1 : https://www.toeicstory.co.kr/m/852?category=701939 (메인사진)
사진출처 2 : http://bit.ly/38Ikm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