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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ik Feb 05. 2020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1986년 5월에 발행된 책을 2020년 지금 읽었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 머릿속에서 생각난 주제와 내용을 재밌고 쉽게 전달하고 싶다. 그리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생각만큼 글을 쓰는 작업은 지금 나에게 너무 어렵다.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아 몇 문장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면  몇 문장을 작성하지 못한 채로 1시간~2시간이 지나간다. 머릿속에서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논리 정연하게 쓰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하얀 브런치 바탕화면만 쳐다보는 동네 바보가 된다. 이런 나의 작은 경험은 '재능'이 있어야 작가가 되는 것임을 뼛속까지 알게 해주고 있다.


모니터에 쓴 글 본 나의 모습. jpg


하지만 <나탈리 골드버그>는 방법만 알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본인의 경험과 지식으로 희망을 주었다. 무려 1986년부터 2020년까지 34년간 말이다. 34년 만에 나는 이 책의 혁명적인 방법론을 지금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지브라 3색 멀티 펜을 들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밑줄과 메모를 할 문장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하나 같이 나에게 받아 써야 할 문장들이었고 어딘가에 적어 두어야만 할 것 같은 이야기들의 연속이었다.


이 책은 신기하게 목차가 62개다. 전공 서적을 포함해 많은 책을 접했지만 280page 되는 내용에서 목차가 62개는 처음 봤다. 목차가 많은 이유를 나는 책을 다 읽은 이후가 되고 알게 되었다. 그건 목차가 곧 주제이고 메시지 었기 때문이다.


목차 1
목차 2


목차를 지나 책의 본문을 읽으면서 무엇인지 모를 희열을 느끼면서 읽었다. 살아온 누군가의 인생 교훈을 머릿속에 넣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의 목적은 책 쓰기 방법에 대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단순히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는 방법서를 넘어 우리가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인생 관련 인문학 책이다.


17p. 글쓰기를 배우는 길에는 많은 진리가 담겨 있다.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31p. 글쓰기 훈련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마음을 지속적으로 열어 나가게 하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옳았을 때에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


138p. 우리가 글 쓰는 방법을 배우는 이유는 누군가를 심판하거나 탐욕과 질투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경탄하고 애착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글쓰기를 단순히 생각하는 주제로 소통하는 도구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이 책은 그 의미와 정의를 확장시켜 주었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만으로 스스로 인생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고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생각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또한, 글을 쓴다는 행위를 넘어 글쓰기가 삶이 되고, 삶이 글쓰기를 통해 성장하는 발견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발견했고, 앞으로 내 인생과 내 글을 바라보는 넓은 안목과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로운 자세를 갖게 되었다.


201p.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가장 깊은 비밀이다.


나는 두렵지만 나의 글을 쓰고 싶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시간이 힘들고 어렵지만 글을 쓰고 살아있음을 느끼며 인생을 보내고 싶다. 본인의 인생을 살고 싶다면, 살아야 한다면 지금 당장 글을 써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을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을 포함해 주변 모두에게 권장하고 싶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글 쓰기를 넘어서 인생에 대한 생각과 비밀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171p. 그냥 쓰고, 또 쓰라. 세상의 한 복판으로 긍정의 발걸음을 다시 한번 떼어 놓아라. 혼돈에 빠진 인생의 한 복판에 분명한 행동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 그냥 쓰라. "그래 , 좋아!"라고 외치고, 정신을 흔들어 깨우라. 살아 있으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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